스마트폰 소지 결정적 단서…베트남 현지 모친과도 접촉

인천국제공항에서 허술한 보안시스템을 뚫고 밀입국한 뒤 행방이 묘연했던 베트남인 A(25)씨가 3일 덜미가 잡혔다.

수사 당국의 결정적 추적 단서는 그가 밀입국 직후 국내 유명 모바일 메신저를 썼다는 것이었다.

A씨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에 설치된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의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탈출한 것은 지난달 29일 오전 7시24분.

뒤늦게 A씨의 밀입국 사실을 파악하고 행방을 쫓던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등 수사당국은 그가 오전 7시40분께 공항 동편 장기주차장 솔밭길을 걷는 모습을 CC(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했다.

이후 A씨의 행적은 주변 CCTV에 잡히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그대로 사라져 버려 추적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CCTV를 통한 추적이 더는 어려워졌다 판단한 수사당국은 A씨가 밀입국 직후 스마트폰으로 전화하는 장면이 CCTV에 찍힌 점을 주목했다.

그가 분명 스마트폰을 통해 베트남 현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으리라 판단하고 통신수사에 착수했다.

우선 베트남 공안과 협조해 현지의 A씨 모친과 접촉했다.

그 결과 A씨가 밀입국 직후 모친과 메신저 대화를 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A씨가 우리나라의 다른 지인들과도 메신저로 대화한 것도 확인했다.

이를 통해 A씨와 그의 지인들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확인한 수사당국은 A씨가 가장 활발하게 메신저를 주고받은 지인 B씨가 대구에 산다는 점까지 알아내고 수사망을 좁혀갔다.

전날(2일)에는 대구 달성군에서 A씨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한 흔적이 발견됐다.

A씨의 은신처가 반경 1㎞ 정도까지 압축되는 순간이었다.

달성군으로 수사관들을 급파한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은 우선 지인 B씨를 잡는 데 주력했다.

검거 작전에 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까지 가세한 결과 B씨의 차량 번호까지 확인할 수 있었고, 잠복근무를 하던 수사관들은 이날 낮 1시30분께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B씨를 붙잡았다.

달성군에서 공장 근로자로 일하는 B씨는 자신의 원룸에 A씨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순순히 털어놨다.

이어 수사관들은 30여분 만에 B씨의 자택을 급습, A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를 인천공항으로 호송해 자세한 밀입국 경위와 국내에서의 행적, 브로커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범인 도피 혐의로 B씨도 함께 데려와 조사한 뒤 검찰 지휘를 받아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