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37) 위험이 클수록 커지는 옵션 가치
옵션 가치평가는 주식, 채권 등의 가치 평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곧 미래 불확실성 혹은 위험이 커질수록 옵션 가치가 커진다는 것이다. 모순처럼 들리는 이 명제는 옵션 가치평가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자동차 보험을 생각해보자. 과거 사고 경력이 있어 향후에도 교통 사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운전자에게 적용될 자동차 보험료는 그렇지 않은 운전자의 그것보다 더 비싸다. 보험사로서는 이 운전자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더 비싼 보험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또 이 운전자는 향후 이 보험 덕택에 금전적 혜택을 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더 비싼 보험료를 부담할 용의가 있다. 즉 일단 자동차 보험을 구입하면 그는 이제 보험의 혜택을 받을 일만 남아 있으므로, 그 혜택 볼 가능성이 클수록 즉 그의 사고 위험이 클수록 보험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2016년 1월12일 현재 시장가격이 115만원인 삼성전자 주식을 1년 이내에 130만원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생각해 보자. 1년 이내 주가가 130만원을 초과해야 이 콜을 나중에 사용할 수 있고,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일수록 콜 가격은 상승한다. 그런데 이 주식의 불확실성이 매우 낮아 향후 1년 동안 상하 최대 10만원의 가격 변동만이 예상된다면 이 콜의 가치는 거의 0이다. 주가가 최대로 올라도 125만원에 불과해 콜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 향후 1년 동안 상하 최대 20만원의 가격 변동이 예상돼도 이 콜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주가가 최대로 올라도 135만원에 불과해 콜의 최대가치가 5만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 주식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향후 1년 동안 상하 최대 40만원의 가격 변동이 예상되면 이 콜의 가치는 꽤 높다. 주가가 최대 상승 시 155만원이 돼 콜의 최대가치가 25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자산은 위험하다고 인식돼 변동성이 낮은 자산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그런데 옵션만큼은 변동성이 높을 때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이처럼 옵션 가치는 변동성의 함수이기에 옵션 투자자는 변동성이 증가(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 옵션을 산다(판다). 가령 원유 가격에 대한 옵션에 관심있다면 향후 유가가 상승할 것인가가 아니라 유가 불확실성이 커질(작아질) 것인가를 생각하며 옵션에 투자해야 한다. 즉 방향성이 아니라 변동성이 옵션 투자의 출발점이 돼야 하며 이 점에서 옵션 투자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투자와는 패러다임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