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 알고리고의 차길환 대표(36)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난해 개발한 ‘스마트 체어’를 오는 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16’에서 선보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스마트 체어는 센서를 이용해 올바른 자세로 앉았는지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척추 건강용 의자다.

한양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코닝에 입사한 차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 그에게 CES는 꿈의 무대다. 그가 꿈을 이루게 된 것은 한양대가 국내 대학 중 최초로 CES에 부스를 설치, ‘동문 스타트업’ 제품을 홍보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과학기술대도 한양대와 나란히 올해 CES에서 재학생들이 제작한 제품을 선보인다. 이들 대학이 CES에 참가하는 배경에는 차별화된 창업 및 기술 개발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한양대 '스타트업' 혁신제품 들고 CES 간다
◆한양대, CES서 9개 제품 선보여

한양대는 CES 행사장의 유레카파크 구역에 ‘한양대 스타트업관’을 설치하고 9개 한양대 동문기업과 창업보육센터 기업 제품을 홍보한다. 유레카파크에는 일본 도쿄대, 미국 미시간대 유타대 등도 홍보관을 개설한다.

이번 CES 참가는 한양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단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매년 실리콘밸리 등 해외 주요 스타트업 단지를 참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LINC사업단은 지난해 CES 행사 참가를 목표로 세웠다. 김회율 LINC사업단장은 “한양대에서 성장한 창업가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제품을 홍보할 기회가 부족했다”며 “참가 기업을 늘리는 등 참가 범위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마케팅은 창업동아리와 관련 전공 학부생 11명이 전담한다. 이들은 제품 홍보만 하는 게 아니라 CES의 다른 부스를 돌면서 자신의 창업 아이템 개발을 위한 현장리포트도 작성한다. 알고리고의 인턴사원 자격으로 CES에서 스마트 체어 마케팅을 하는 임동혁 씨(24·정보시스템학과3)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2주가량 알고리고에서 제품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며 “다른 나라 창업가들의 제품도 보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 로봇의수·로봇팔 출품

서울과기대에서는 네 팀이 CES에 참가한다.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세 팀과 전기정보공학과 한 팀으로 각각 학생 3~5명으로 구성됐다. 기업이 아니라 팀인 이유는 이들이 모두 아직 창업에 나서지 않은 학부생이기 때문이다.

지름 1㎝ 바둑돌에 글을 쓸 수 있는 원격 로봇 팔, 근육의 신호를 감지해 작동하는 로봇 의수 등 학생들이 개발한 제품은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0회 한국기계전’에서 호평받았다. 이들은 여기서 교수진과 자문위원 심사를 거쳐 CES 참가 기회를 잡았다.

이들의 성과는 ‘전학기 설계 기반 학습’이라는 특이한 교육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학년 때 로봇이나 기계 관련 설계 주제를 정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한 뒤 4학년 때는 졸업작품을 내놓는 서울과기대 특유의 교육과정이다.

2014년 서울과기대가 채택한 이 과정은 1998년 당시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학과장이던 김영석 교수(인재사업단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외환위기로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졸업생 160여명 가운데 네 명만이 취업할 정도로 취업률이 저조하자 그가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키우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특성화 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김영석 단장은 “한국 산업은 과거처럼 남이 하는 것만 따라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며 “CES 참가를 목표로 창의성과 이론, 실무 능력을 겸비한 학생들을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박상용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