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두팔 들고 점프하기도
힘든 기색 전혀 없어…"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

전투복 차림의 키가 훤칠한 젊은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더니 두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나와 무수한 카메라 앞에 섰다.

오른쪽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전투화 안에 의족을 차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자연스러웠다.

지난 8월 4일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오른쪽 발목을 절단한 김정원(23) 하사였다.

국군의무사령부는 2일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모두 마치고 퇴원하는 김 하사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 하사는 병원 2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군에서 내 능력을 크게 쓰임 받고 싶다"며 군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하사는 취재진 앞에서 다소 긴장한 듯했지만,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취재진의 요청에 짧은 거리를 달려 보이기도 했으며 두 팔을 위로 들고 펄쩍 뛰어오르기도 했다.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두 다리를 살짝 굽히며 춤을 추는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10여 분에 걸친 인터뷰 동안 김 하사는 차렷이나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었지만 조금도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손짓을 섞어 말을 이어갔다.

김 하사는 "(지뢰도발 직후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중환자실이었고 한 발로만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암담했다"며 고통스러웠던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지금은 잘 걷고 뛸 수도 있다"며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고 기쁘기 그지없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과의 싸움, 그것 밖에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김 하사는 부상 직후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10월 7일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 의족을 착용하고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받았다.

중앙보훈병원에서 퇴원한 김 하사는 다시 국군수도병원으로 가 1∼2개월 동안 마무리 치료를 받은 다음 군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상 전에는) 수색대대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 (같은) 임무를 할지는 모르겠다"며 "다른 데서라도 군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친 김 하사는 병원 측이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의료진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큼성큼 걸어 병원 밖으로 나갔다.

하우송 중앙보훈병원장은 "휠체어를 타고 온 김 하사가 비상한 의지와 노력으로 걸어서 퇴원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국가에 보탬이 되는 군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MZ 지뢰도발 당시 김정원 하사는 수색팀 선두에서 DMZ 추진철책 통문 밖으로 나가던 중 뒤따르던 하재헌(21) 하사가 지뢰를 밟아 크게 다치자 그를 후송하다가 2차 지뢰폭발로 오른쪽 다리를 다쳤다.

하 하사는 이달 말까지 중앙보훈병원에 머무르며 재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오른쪽 다리 무릎 위쪽과 왼쪽 다리 무릎 아래쪽을 절단했다.

하우송 원장은 "하 하사의 치료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달 말쯤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