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도 바꾸는 '지하 캠퍼스'] 46년 만에 변신한 백양로…지하에 차도·공연장, 지상엔 '그린 카펫'
연세대 서울 신촌캠퍼스의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는 두 가지 목표로 추진됐다. ‘지하 공간 창출’과 ‘지상 공간 재구성’이다. 신촌캠퍼스는 1885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을 모태로 발전해 130년간 인재를 양성해왔다. 학교가 성장하며 1999년 운동장을 줄인 자리에 공학원을 짓는 등 1990년대 이후 공간 부족에 시달려왔다.

길이 550m의 백양로 지하에 캠퍼스를 건설한 것은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연세대 중앙을 관통하던 차도가 지하로 들어가 지상은 보행자 중심의 녹지공간으로 변신했다.

지하의 재발견

지하 2층으로 조성된 백양로 지하캠퍼스의 연면적은 축구장 면적(7140㎡)의 8배인 5만8742㎡에 달한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기존 건물 연면적을 모두 합한 46만㎡의 12.7%가 이번 공사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공간 부족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다. 지하 공간에는 공연장과 강당, 회의실, 연회장이 들어서고 각종 복지시설과 주차장도 조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다목적 공연장인 ‘금호아트홀’(390석 규모)과 노천극장 형태의 ‘이글플라자’(800명 수용)다. 기존 백주년기념관 내 백양콘서트홀(800석 규모)과 야외 노천극장(8000명 수용) 등 2개밖에 없던 문화·공연 극장이 4개로 늘어난 것이다.
[대학지도 바꾸는 '지하 캠퍼스'] 46년 만에 변신한 백양로…지하에 차도·공연장, 지상엔 '그린 카펫'
연세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기부로 지어진 금호아트홀은 전문 클래식 음악 공연이 가능한 음향설비를 갖췄다. 백양로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출입구에 조성된 이글플라자는 잔디밭과 계단식 스탠드로 꾸며졌다.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는 400석 규모의 연회장이 갖춰졌으며 70석 규모 국제회의실도 3개 마련됐다. 전시공간과 학교 역사 홍보실, 교직원 휴게공간 등도 들어섰다.

지하캠퍼스는 캠퍼스 교통의 허브 역할도 하게 된다. 지하 교통광장 ‘백양스퀘어’에는 셔틀버스와 승용차, 택시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917대 규모의 주차 공간도 확보해 주차난 해소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상의 재구성

과거 정문에서 본관 앞까지 백양로를 가로지르던 차량 흐름도 지하로 내려왔다. 정문 오른쪽에 따로 마련된 차량 진입구로 들어온 차량은 지하도로를 통과해 본관 앞 백양로삼거리로 나오게 된다. 이로써 지상 공간은 보행자를 위한 ‘차 없는 거리’가 됐다. 차도 양 옆으로 좁게 나 있던 보행로도 백양로 가운데로 옮겨왔다. 10여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폭 9m의 인도에는 좌우에 15m 간격으로 은행나무가 심어졌다.

백양로 지상 2만9700㎡에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대신 길이 21m, 너비 18m 크기의 잔디밭 네 곳이 조성됐다. 공사 이전 56%에 달했던 백양로 아스팔트 포장 비율은 15%로 떨어지고 나무를 심어 확보한 그늘의 비율은 11%에서 42%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의 별칭이 연세대 창립자 중 한 사람인 언더우드 선교사의 이름을 따 ‘언더 더 우드(under the wood·숲 아래서)’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백양로는 1917년 화학과의 밀러 교수가 농과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학교 안에 백양나무를 심으면서 탄생했다. 처음에는 단출한 오솔길이었지만 1958년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도로가 놓이고 1969년 재확장 공사를 하면서 재창조 프로젝트 이전의 모습이 됐다. 공사 전 백양로에는 하루 1만2000여대의 차량이 통과했다. 공사 과정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던 백양나무 세 그루는 추가로 기부받은 여덟 그루와 함께 백양로 일대에 심어졌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수많은 차량이 통행하는 백양로가 신촌캠퍼스를 동서로 갈라놓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봤다. 그는 “사색과 토론, 소통의 공간이어야 할 백양로가 단순히 목적지로 가기 위한 동선으로 전락했다”며 “이를 다시 융합과 소통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글=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