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변호사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낸 다음날인 지난 24일.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성명을 어떻게 낼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국민 여론을 따라갈 것인가, 변호사업계의 여론을 따라갈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국민 여론은 전관예우 등 사법불신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수임료 총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변호사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결국 대한변협은 업계를 대변해 “대부분 변호사의 얼마 되지 않는 수입마저 빼앗는 교각살우의 판결”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변호사 권익 보호가 대한변협의 임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예상됐던 반응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한변협이 성명 말미에 “시간제 보수로 전환하는 등 변호사 보수 제도를 더욱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쉽지만 받아들이고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대한변협은 27일이 되자 느닷없이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계약체결의 자유 등을 위반했다는 취지였다. 재판 결과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에 대해서도 같이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조항이 위헌이고 따라서 이번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하며 결국 심사를 해보면 대법 판결이 무효가 된다는 논리다.

대한변협의 이런 논리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해당 조항은 1997년 처음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뒤 수차례 헌재의 도마에 올랐지만 모두 합헌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같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다른 선례들과 달리 판단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대한변협의 이번 청구도 기각될 확률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헌법재판소법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기각되면 자연스레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도 기각된다. 그런데도 대한변협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뭘까. 변호사 A씨는 “정치적인 목소리가 담긴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착수금을 많이 받은 뒤 실패하면 일부를 돌려주는 식으로 계약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성공보수 대신 수고비를 받는 건 괜찮다’는 논리로 수고비의 상한선을 정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00만원이 상한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7일 대형로펌 변호사와 전관 출신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새로운 수임료 체계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는 편법적인 성공보수로 오인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B씨는 “자유주의적 전통이 한국보다 강한 영미권 국가도 성공보수를 금지하는데 한국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