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장 활동비 '공금' 판단시 업무상 횡령 적용 가능
재산신고 누락도 과태료·징계 대상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1년 당대표 경선 기탁금을 '집사람 비자금'"이라고 밝히면서 돈 출처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업무상 횡령,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원내대표와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받은 돈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고, 이 돈을 부인이 비자금으로 모아뒀다는 홍 지사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지사가 2008년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매달 받은 4천만∼5천만원의 대책비를 부인에게 일부 생활비로 줬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활동비 명목의 자금을 생활비로 줬다는 것은 공적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책비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용도가 특정된 돈을 다른 용도, 특히 개인용도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책비라는 것이 급여에 준하는 돈이라면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업무수행비나 활동비 등의 용도로 쓰라고 지급된 돈이라면 횡령죄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운영위원장 등에게 지급되는 돈은 활동비 성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도 이날 "운영위원장에게 지급되는 공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것은 공공자금 횡령"이라고 비판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뒤집으려고 내놓은 해명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지사가 말한 '집사람 비자금'이 재산신고에서 빠졌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본인과 배우자의 1천만원 이상 현금이나 예금을 모두 신고하게 돼 있다.

홍 지사의 부인이 대여금고에 보관했다는 비자금도 현금 자산으로 분명한 재산신고 대상이다.

재산신고를 거짓으로 하거나 빠뜨리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거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매년 재산신고에 이 자금은 넣지 않았다.

2008년 교육감 선거 당시 부인의 차명계좌를 재산신고에서 빠뜨렸던 공정택 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공 전 교육감은 부인이 차명계좌에 4억3천여만원을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는 점이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홍 지사는 물론 '집사람의 비자금'을 이번에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1억2천만원을 현금으로 건네받으면서도 출처에 대해 한차례도 묻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홍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 후 공직자 재산등록 누락과 국회 대책비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한 데 문제가 있어 검찰이 별건으로 입건하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