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분 참여로 힘 빠져…'구조개선' 정부 독자추진시 격화 가능성

민주노총의 24일 총파업을 앞두고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총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민노총은 한국노총과의 연대투쟁 등으로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노동계 파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대차노조가 이번 총파업에 간부 위주로 부분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총파업 동력이 상당히 약화된 상황이지만,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경우 춘투(春鬪)가 격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은 24일 전국 16개 지역에서 산하 금속노조, 건설노조, 공공운수노조연맹 등을 비롯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동참하는 총파업을 벌인다.

2012년 이후 3년 만의 총파업 단행은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 통상임금, 정년연장,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 현안을 놓고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은 이달 8일 한국노총의 대화 결렬 선언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특히 정부가 구조조정 등에 대한 노조 동의 규정이 있는 기업 단체협약에 '시정지도' 방침을 밝히면서,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키로 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노총은 4·24 총파업으로 노동계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벼렀지만, 이날 현대차 노조가 간부 500여 명만 파업에 참가하고 일반 조합원은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소 힘이 빠졌다.

정부도 총파업 핵심 주동자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총파업의 열기가 당초 예상보다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노동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민노총의 최대 지지기반인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데, 현대차노조가 간부 외 불참 선언을 하면서 총파업의 추진 동력이 다소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공노의 경우 자체적으로 6만여명이 지역별로 열리는 비상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참여율은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별로 비상총회 이후 열리는 민주노총 결의대회에는 간부 조합원 위주로 참석할 예정이다.

전교조는 최대 1만여명이 연가투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참가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가투쟁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사전에 수업을 조율할 방침이어서 수업 차질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독자추진 여부에 따라 춘투가 격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노정 간 갈등이 가장 컸던 부분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인데, 정부는 노동계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올해 안에 관련제도 개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이날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에서 열린 제주경영자총연합회 조찬포럼에서 "노사와 협의해서 취업규칙 변경절차는 가급적 상반기에, 근로계약 해지 부분은 하반기에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밝힌 대로 노사 협의를 중시해 노동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다면 춘투가 격화될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취업규칙 변경 등을 추진한다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노동계와 합의 없이 '쉬운 해고'가 가능토록 하는 정책들을 추진한다면 한국노총도 6월 총파업, 노사정 전면탈퇴 등 총력투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강행할 경우 다음 달 전국 3천여개 단위노조에서 총파업 투표를 해 6월 총파업을 벌일 방침이다.

현재 참여하는 5개의 노사정 위원회에서도 전면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