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탁기 파손' LG전자 임원 3명 기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삼성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을 재물손괴 및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조한기 세탁기연구소장(상무), 전모 홍보담당 전무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과 조 상무는 지난해 9월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두 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세 대의 도어 연결부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를 받고 있다. 검찰은 매장 폐쇄회로TV(CCTV)와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가져다 검찰에 낸 세탁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자툰 슈티글리츠에서 한 대, 자툰 유로파센터에서 두 대를 파손했다고 판단했다. CCTV에는 조 사장 등이 무릎을 굽혀가며 열려 있는 세탁기 도어를 양손으로 내리누르는 장면이 찍혔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세탁기 파손에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후 LG전자가 낸 해명성 보도자료에 허위 사실이 담겼다고 보고 조 사장과 전 전무에게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LG전자는 작년 9월4일 보도자료에서 “경쟁 업체들의 제품을 테스트한 사실이 있고 예상치 못하게 특정 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9월14일 삼성전자는 세탁기 파손과 관련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조 사장은 LG전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출국금지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5’ 참석이 불투명해지자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LG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사장 측 함윤근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의 사장이 상대 회사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고의로 파손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독일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독일 검찰이 불기소한 건 조 사장이 외국인이고 공공의 이익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 무혐의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양측은 내부적으로 합의를 시도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탁기 파손사건’을 둘러싼 양측의 다툼은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배석준/남윤선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