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 책임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있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개발사업 중단과 관련해 코레일의 책임 유무를 따진 첫 판결이다. 그러나 반대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아니어서 앞으로 있을 토지반환소송 등에서 양측 법적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안승호)는 드림허브 및 민간 출자사 24곳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1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용산개발 무산, 코레일 책임 없다"…법원, 드림허브 패소 판결
재판부는 “개발사업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 책임이 코레일 측에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개발사업이 중단된 것은 100% 코레일의 책임”이라는 드림허브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소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시작된 지 약 6년 만인 지난해 4월 무산되면서 시작됐다. 코레일은 드림허브가 작년 3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자 드림허브와 맺은 토지계약을 해지하면서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위약금 성격의 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받았다. 드림허브가 자사의 귀책사유로 개발사업이 무산되면 코레일이 이행보증금을 받아갈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이 코레일에 보증금을 지급한 뒤 드림허브와 민간 출자사들에 구상권을 청구하자 드림허브 등이 “사업 무산의 책임은 전적으로 코레일에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7월 이 소송을 제기했다.

드림허브 측은 이번 패소에 대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코레일의 100% 책임을 물은 데 대해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 드림허브와 민간 출자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책임 비율 등을 조정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번 판결로 한숨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서울보증보험이 코레일에 지급한 보증금의 일부(516억원)를 돌려받기 위해 드림허브의 2대 주주(15.1%)인 롯데관광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법원이 올 1월 롯데관광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드림허브 최대주주는 코레일(25%)이다.

장진복 코레일 홍보실장은 “개발사업협약 해지가 적법하며 사업 중단 책임이 민간 출자사들에 있다는 의미의 판결”이라며 “코레일이 토지반환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를 돌려받으면 부채감축 등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용산 개발사업이 무산된 이후 드림허브를 상대로 토지반환소송을 제기했다. 드림허브가 갖고 있는 개발사업부지 61%(21만7583㎡)에 대한 소유권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이 소송의 첫 변론일은 내달 초로 예정돼 있다. 드림허브 측은 금융비용 등 1조2000여억원을 코레일이 더 내놔야 소유권을 넘길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토지반환소송에 대응해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검토하고 있어 법정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병근/이현진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