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특허 침해 소송 대리권 허용 문제는 지난 10년 넘게 변리사 업계와 변호사 업계 간 해묵은 논쟁거리다.

변리사 업계에서는 “특허 전문가가 특허 관련 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조계는 “민·형사 등 일반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변리사 '전성시대'] 변리사 "전문가, 특허 소송 참여는 당연"…변호사 영역까지 넘봐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모호한 법 조문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1961년 제정된 현행 변리사법 8조는 ‘변리사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변리사는 특허법원에서 심결 취소 소송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특허 침해 등과 관련한 일반 민·형사 소송에서는 변호사만 소송 대리권을 갖는다. 과거 변리사 8명이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지만 2012년 8월 헌법재판소는 변리사 소송 대리 불허를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신임 회장은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법은 심결 취소나 침해 소송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며 “법에 명시돼 있는 권리를 법조계의 텃세로 인해 침해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국 제도를 본떠 지난해 ‘특허 변호사’ 도입 추진을 발표했지만 양측 모두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결국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흘러갈 특허 변호사 제도는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이공계 출신의 로스쿨 학생이 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전공을 배경으로 한 변호사들이 특허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리사 업계는 “특허 변호사 제도를 굳이 도입할 필요 없이 현재 변리사 제도에서 소송 대리권만 인정하면 된다”며 “현재 로스쿨생 중 특허법 전공자가 대부분 변리사 출신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해 법조계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한편 변리사 업계는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