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120억 피해…컨테이너는 트럭 확보 전쟁

산업팀 = 18일째를 맞은 철도 파업으로 산업계 각 분야에 차질이 빚어지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철도 파업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철도에 대한 의존 비율이 가장 높은 시멘트업계다.

통상 하루 수송되는 철도화물 전체 물량 13만t 중 5만t가량이 시멘트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철도 파업이 시작된 9일부터 23일까지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이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는 시멘트 생산·출하 차질로 말미암은 매출 감소액에 화물열차 운행 감축으로 시멘트와 시멘트공장 가동 원료인 유연탄을 트럭 등 육상운송으로 대체수송하면서 추가로 부담하게 된 물류비용을 합친 액수다.

물량으로 따지면 화물열차 운행 감축에 따른 철도 수송 차질이 42만7천t에 이른다.

코레일에 69만t을 수송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실제로는 26만3천t밖에 운송하지 못한 것이다.

차질분 가운데 13만7천t은 육로를 통해 대체수송이 이뤄졌지만 15만5천t은 고스란히 생산·출하 차질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로도 철도로 운송해온 시멘트물량을 차량으로 돌리면서 5억2천만원의 물류비가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으로는 17만t에 달한다.

각 업체가 물류 차질로 쌓아놓은 재고만 해도 48만6천t, 357억원어치에 이른다.

시멘트협회는 "그나마 지난주부터 시멘트 수요가 비수기에 들어가면서 물량 압박은 덜하겠지만 파업이 더 장기화하면 추가비용을 감수하며 시멘트 수송에 나서더라도 수급 차질은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멘트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업체들의 보관창고는 비축을 위한 여유 공간이 줄고 있다.

이러다 보니 통상 건설공사 비수기인 1∼2월에 이뤄지는 공장 보수를 앞당겨 생산 조절에 들어가는 공장도 있다.

충북 제천의 아세아시멘트 공장의 경우 5만t의 시멘트를 저장할 수 있는 8개의 사일로에 4만4천t의 시멘트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공장 가동을 제한하고 있다.

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은 1월에 시작하는 공장 보수를 앞당겨 생산설비인 소성로 2개 중 1기의 가동을 멈췄다.

시멘트협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공장은 1월로 예정된 공장 보수를 미리 앞당기는 방식으로 파업으로 인한 차질에 대처하고 있다"며 "소성로 1기 보수에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어차피 생산 조절은 불가피한 일인데 이를 앞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철도파업 때문에 생산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멘트 다음으로 운송에 차질이 생긴 것은 컨테이너다.

컨테이너 운송업의 경우 아직 다행히 수출 화물 선적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가시적인 피해는 없다.

컨테이너 운송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채 안 되고 나머지는 트럭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물열차 운송이 줄어든 탓에 육상 운송수단인 트럭을 확보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한덕식 한국통합물류협회 상무는 급한 화물부터 육송으로 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송업체에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선적기일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에 의왕에서 차량을 확보하느라고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한 상무는 "급하게 선적기일에 맞추느라 추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면서 "파업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업이 지금보다 더 길어지면 트럭 운임이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걱정했다.

그는 의왕 컨테이너 기지에 선적기일이 급하지 않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지만 컨테이너 장치율이 70% 정도라 아직은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관광 업계에는 아직은 큰 혼란은 없지만 관광용 임시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여행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새해를 앞두고 성수기를 맞은 강릉 정동진 여행 등 해돋이 열차 관광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행사들은 V트레인, O트레인 같은 관광열차가 운행을 멈춘 데 따라 무궁화호 열차나 전세 버스 등으로 교통편을 긴급히 대체하고 있다.

한 대형 여행사는 올겨울 기차 여행 상품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40∼45%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사전 예약이 취소된 여행객은 일정을 재조정하거나 환불 조치를 받고 있다.

한 기차 관광 전문 여행사는 "운행이 취소된 열차 편에 대해서는 100% 환불 조치하거나 내년 1월 이후로 예약을 다시 잡고 있다"면서 "고객들도 파업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임을 이해하고 크게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 완성차업계 등은 운송 수단 가운데 철도 비중이 미미해 철도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파업으로 말미암은 출하 문제는 없다"면서 "최근 철도를 통해 물건을 받는 물류센터의 재고 현황을 파악한 결과 대부분의 센터에 9∼15일치 물량이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역시 "철도 물량은 지금도 철도 수송하고 있지만 별문제가 없고, 만약 차질이 생기면 바로 탱크트럭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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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sisyphe@yna.co.krnewglass@yna.co.kr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