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입시철 '대학배치표'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수험생들이 27일 올해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전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등급 구분 표준점수(등급컷)를 발표한 데 이어 입시업체들이 예상한 주요대학 합격선이 나왔습니다.

이제 수험생들은 대학 배치표를 펼쳐놓고 자신이 진학을 원하는 대학과 학과의 커트라인은 어느 정도인지, 입학전형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등 나름의 지원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런데 입시업체들이 내놓는 이 대학 배치표는 100% 믿을 수 있는 것일까요?

수험생에게는 불행하게도,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대학과 학원가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대학과 입시업체 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입시업체들이 내놓는 대학 배치표에도 알게 모르게 일종의 로비가 들어갈 뿐 아니라, 일부 입시업체가 대학별 온라인 원서접수를 대행하면서 알력을 빚기도 한다는 겁니다.

일례로 서울의 유명 사립 A대는 올해 원서접수 대행 입시업체를 갈아탔는데요. "대학 배치표 상에서 학과 커트라인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됐다"며 해당 업체를 교체했다는 후문입니다.

대학 입장에서 입학자원 인풋(input)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대학 배치표 커트라인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죠.

서울의 유명 B여대도 '경쟁대학들에 비해 신입생 입학점수(커트라인)가 크게 떨어진다'는 내용의 글이 사실인 것처럼 인터넷상에 떠돌자 재학생들이 학교 측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 바로잡아 달라"고 청원한 적도 있었습니다.

입시업체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특정 대학에 유리하도록 수험생·학부모 인식을 유도한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서울의 중위권 C대 입시홍보 관계자는 "예컨대 입시업체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원서접수 대행을 맡지 않은 대학은 '주요대학'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비슷한 수준의 대학 가운데 자신들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대학만 다루는 등 불공정한 측면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특정 입시업체에 대해 원서접수 대행서비스 위탁이나 입시정보 제공에 비협조하는 등 사실상의 보이콧 움직임도 있었다고 하네요.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수험생들에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대학과 입시업체들이 협력·상생보다 '갑을 관계'로 변질된 부분이 부각돼 아쉽다"며 "한양대가 올해 입시부터 합격자 성적과 학과별 경쟁률 등 입시정보를 모두 공개했는데, 대학 배치표도 이처럼 객관적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합리적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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