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주간] "한두 개 기업의 잘못, 전체 싸잡아 비난해선 안돼"
“한두 기업의 잘못을 가지고 기업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런 식이면 ‘동굴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얘기나 마찬가지죠.”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국가 경제가 발전하려면 기업이 살아야 하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은 지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협상의 대가’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공동 주최한 ‘2013 기업가정신 주간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경영자문과 강연 등을 통해 80여개 한국 기업과 접했다”며 “한국 경영자들은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반기업 정서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기업과 기업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강조하는 의견은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항상 있어 왔다”며 “중요한 것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기업의 긍정적인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 40여년간 한국은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뤘고 이제 ‘올드 코리아’에서 ‘뉴 코리아’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며 “한국의 미래를 이끌 젊은 세대가 위험을 감수하고 기업가정신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하며 “권력을 많이 가질수록 협동 작업은 어려워지고, 반대로 권력이 약할수록 협력이 더 잘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기업가정신은 마음가짐의 문제이지 기업의 구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며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도 관료주의를 떨쳐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리더십을 받아들이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기업가정신은 정부 없이도 생길 수 있지만,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더욱 촉진될 수 있다”며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해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 법안이 정쟁에 가로막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정치인들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풍부한 인적자원과 자금력을 갖춘 중국은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다만 청년층의 진취적 태도와 기업가정신 측면에선 한국이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영국은 기업가구역을 설정하고 낮은 임대료와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을 유치했다”며 “한국 정부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기업인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