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머리, 남루한 옷차림, 과도와 가발 소지
도주 본능…"사람 눈에 띄면 곧바로 달아나"


부산의 한 철거대상 폐가 안팎에서 탈주범 이대우(46)를 본 집주인과 상인, 철거업체 관계자 등의 목격담에 따르면 이대우는 노숙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남루한 옷차림이었다.

또 머리카락을 짧게 깎고 가발을 갖고 다니는 등 변장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눈에 띄면 곧바로 달아나는 '도주 본능'을 발휘했다.

부산에서 이대우를 처음 봤다는 사람은 폐가 근처에 있는 동네 슈퍼마켓 주인 이모(67)씨다.

이씨는 14일 "지금 생각하면 이대우가 지난 12일 오후 9시 이후에 1천원짜리 지폐를 1장 가지고 와서 우유인가를 사갔다"고 말했다.

이대우는 거스름돈을 받고 가게 안에 있는 강아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른 손님이 오니까 급히 나가더라는 것이다.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옷차림이 남루했고 늦겨울에나 입을 것 같은 긴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깊이 눌러 쓴 베이지색 모자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에는 정신장애인이 아닌가 하고 한번 더 봤다는 이씨는 "그 사람이 이대우라니 섬뜩한 느낌이 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대우를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경찰에 신고한 철거업체 사장 김모(51)씨다.

김씨는 13일 오전 8시 40분께 철거작업을 하려고 폐가에 들어갔다가 1층과 2층 사이 눈높이에 있는 다락방에 누워 있는 이대우를 발견했다.

김씨는 이대우에게 "여기서 뭐하느냐"고 했고, 이대우는 "잘 데가 없어서 여기서 지내고 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대우는 김씨가 철거작업을 준비하자 급하게 집을 빠져나갔다.

그는 빡빡머리라고 할 정도로 머리카락을 짧게 깎았고 연보라색 반소매 티셔츠, 흰색 바지 차림이었다.

또 베이지색 모자와 붉은색을 띠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가발을 갖고 있었다.

이 가발은 이대우와 함께 사라졌고 현장에서는 과도와 촛불은 켠 흔적이 발견됐다.

폐가 주인 홍모(48)씨는 비슷한 시각에 작업현장을 둘러보려고 들렀다가 부엌에 딸린 문에서 나와 급히 달아나는 이대우를 다른 작업인부들과 함께 목격했다.

홍씨 등은 당시 이대우를 단순한 노숙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차근호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