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에 맞고소…사건 관련자 한 달 만에 모두 '피의자'
양측 카카오톡 대화 공개전에 주장만 난무

탤런트 박시후(36)씨가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양측의 고소전만 격화됐을 뿐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양측 변호사들이 서로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진실 규명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박시후닷컴', '박진요(박시후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등 인터넷 카페까지 등장하면서 '마녀사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고소에 맞고소…관련자 5명 모두 '피의자' =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한달만에 박씨와 박씨의 후배 연예인 김모(24)씨, 박씨를 고소한 A씨, A씨에게 조언한 A씨의 선배, 박씨의 전 소속사 대표 황모씨 등은 모두 피의자 신분이 됐다.

사건은 지난달 15일 A씨가 박씨와 김씨를 각각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 서부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박씨와 김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들은 오히려 A씨와 A씨의 선배가 계약기간 만료로 앙심을 품은 황씨와 함께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사건을 꾸몄다며 지난 3일 이들 3명을 무고·공갈미수 등 혐의로 고소했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뀐 황씨는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11일 다시 박씨를 무고로 맞고소했다.

황씨는 이어 12일에는 A씨의 선배가 A씨에게 '박씨의 전 소속사 대표와 함께 박씨를 혼내주겠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신이 배후세력으로 오해를 받게 됐다며 A씨의 선배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 '아전인수'식 카톡 해석…누리꾼 '혼란' = 고소·맞고소 공방에 더해 양측 변호인과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오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각자 입맛에 맞게 유리하게 해석되면서 진실 규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카카오톡 공개전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 매체가 사건 직후 김씨와 A씨가 나눈 대화 중 이들이 함께 클럽에 가자며 대화하는 등 박씨 측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일부 내용만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A씨의 변호인이 김씨와 A씨가 나눈 대화 전문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A씨 측은 "카톡 내용을 보면 A씨는 박씨와 한 침대에서 잠에서 깬 사실에 당황하고 있다.

또 전날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김씨가 자신도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씨 측은 다시 사건 당일 밤에 김씨와 A씨가 나눈 대화 일부를 추가로 공개하며 "A씨가 성관계 하루 만에 임신 걱정을 하며 박씨 측을 협박하고 있다"라고 또 맞불을 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개된 카카오톡 내용으로는 어느 쪽의 혐의를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양측 진술이 크게 엇갈림에 따라 13일 국과수에 의뢰해 박씨와 김씨, A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했으며 같은 날 오후 대질신문도 진행했다.

◇ 풀리지 않는 의문…진술만 '난무' = 사건 초기 제기된 의문점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 술집 CC(폐쇄회로)TV에는 혼자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A씨의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불과 10분 후에는 몸이 축 처진 채 김씨의 등에 업혀 아파트로 들어가는 A씨의 모습이 CCTV에 담겼다.

A씨의 변호인은 "A씨는 술을 잘 못하는 편이 아닌데도 당시 소주 2병을 박씨와 나눠 마신 뒤 순식간에 필름이 끊겼다"며 "또 다음날 술을 마시지 않았던 김씨가 '자신도 술에 취했다'라며 거짓말을 하자 의심이 들어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고 만 하루가 지난 뒤 고소인의 머리카락, 혈액, 소변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지만 문제 있는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의 휴대전화 제출 요구에 대해 A씨 측이 선뜻 응한 반면 박씨와 김씨 측은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하는 점도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씨 측 변호인은 "다른 연예인 전화번호 등 정보가 있기 때문에 제출은 어렵다"라며 "대신 경찰이 요구하는 자료는 얼마든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