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와 시의회가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까지 초래했던 시 산하 도시개발공사 설립 문제를 놓고 연초부터 또다시 첨예하게 맞붙었다. “개발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공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시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공사 설립 시 막대한 적자가 우려된다”는 시의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성남시는 인구 97만명으로 광역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수원 다음으로 큰 기초 지자체다.

◆공사 조례안 유보…예산안은 처리

성남시의회는 7일 긴급 임시회를 열어 지난해 연말까지 처리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던 예산안을 심의했으나 시가 제출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다음 회기로 표결을 연기했다. 시의회는 전체 34석 가운데 새누리당 18석, 민주통합당 15명, 무소속 1명으로 새누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시장은 민주통합당 소속이어서 그간 자주 부딪쳤다.

다만 시의회는 2조1222억원 규모의 2013년도 본예산안을 이날 처리해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는 1주일 만에 정리됐다. 성남시는 지난달 31일 새누리당이 도시개발공사 조례안에 반발, 본회의 출석을 거부하면서 올해 본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개발 사업 수익성 놓고 시-의회 대립

준예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도시개발공사 신설 문제는 여전히 시의회와 이 시장 간 최대 쟁점이다. 시는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 위례신도시 내 분양아파트 건립(5596억원), 대장동 도시개발(1조728억원), 동원동 산업단지 조성(811억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총 사업비만 2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사업들로, 2010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악화된 시 재정을 개발 사업 수익으로 충당시키겠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세 개의 대형 사업을 통해 최소한 5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 설립을 통해 얻는 순이익은 도심 재개발 및 임대주택 건설에 재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새누리당쪽 의회가 최근 부동산경기가 침체 국면임을 지적하면서 개발사업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업 추진을 반대하자 공사 설립안에 제동이 걸렸다. 위례신도시만 해도 미분양 사태가 발생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대 논리다.

새누리당쪽 의회 일각에선 시가 공사 설립을 강행하는 것은 이 시장이 자신의 ‘지역정치 기반’을 확장하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공사가 시장의 공약 사업을 수행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 측은 “도시개발공사 설립은 당초 새누리당에서도 추진했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중앙 정부도 공사 설립에는 부정적

지난해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는 34곳에 달한다. 서울시의 SH공사를 비롯한 광역 시·도 도시개발공사가 16곳, 기초 지자체 산하 공사가 18곳이다. 문제는 기초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시개발공사의 절반이 적자로 허덕인다는 점이다. 경기도 기초 지자체 산하 도시개발공사 11곳 중 6곳이 2011년 기준으로 적자를 냈다.

기초 지자체들이 LH나 광역 시·도 도시개발공사가 가졌던 부동산 개발 이익을 직접 챙기겠다며 앞다퉈 개발공사 형태로 공사를 설립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은 대폭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행안부 공기업과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광역 시·도 도시개발공사에서 담당하는 게 안정적”이라며 “부동산 경기침체기에 (공사를 설립하면) 성남시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