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내년부터 무상급식 범위가 확대되면서 늘어나는 예산 분담을 놓고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내년부터 확대되는 ‘누리과정’(만3~5세 교육료 지원제도)까지 겹치면서 빚어진 무상급식 ‘예산 전쟁’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지적이다.

◆충북도 “교육청이 더 부담하라”

전국 지자체 중 무상급식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곳은 충북도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어 도교육청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도 전입금 요구액의 일부(32억4500만원)를 삭감한 예결위안을 원안 가결했다. 초·중학생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충북도의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은 946억원. 올해는 교육청과 도가 각각 50% 부담했다. 그러나 충북도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40%만 부담하겠다고 밝히자 교육청은 이에 반발, 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신경전이 가열됐다.

결국 도의회는 절충안으로 분담률을 교육청 53.5%, 지자체 46.5%로 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내년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재의요구를 검토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무상급식 부족예산을 학부모에게 직접 청구하겠다며 충북도와 도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뿐 아니라 기초 지자체와 해당 교육청과의 갈등도 깊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일부 시·군의 반발로 무산됐다.

경남도는 내년도 급식비 지원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전면 무상급식 확산에 앞장섰던 서울시의 경우 내년엔 중학교 2학년생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앞서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시교육청은 현재 50%인 지자체 분담률을 더 높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내년에도 올해처럼 절반씩 부담하게 됐다.

◆누리과정까지 겹쳐 상황 악화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나눠 부담한다. 올해 기준 전국 평균치로 볼 때 교육청이 51.8%, 광역 지자체 18.1%, 기초 지자체가 30.1%씩 부담한다.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이 지자체 전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청과 지자체의 무상급식 예산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광역·기초 지자체들이 분담률을 높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범위가 늘어나면서 해마다 소요 예산이 증가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서울에서도 일부 자치구의 경우 늘어나는 무상급식 예산으로 인해 더이상 신규 사업을 벌일 여력이 없다는 볼멘 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온다.

누리과정이 확대되면서 교육청 예산이 더욱 빠듯해졌다는 점도 무상급식 예산전쟁을 불러온 또 다른 이유다. 누리과정은 만 3~5세까지 공통된 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3월 도입됐다. 올해는 만 5세 및 소득 하위 70% 가정의 3~4세에 무상 지원됐다. 내년부터는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가정의 만 3~5세 대상으로 확대된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부담해야 하는 누리과정 비용은 4640억원에 달한다.

강경민/청주=임호범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