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저축계좌제(계좌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계좌제는 연장·휴일·야간근로를 했을 때 수당을 받는 대신 그 시간을 적립해뒀다가 나중에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귄터 슈미트 독일 베를린자유대 정치경제학 명예교수와 대담을 갖고 “노사합의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을 희망하는 경우 시행할 수 있는 임의적 근거조항을 법에 두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미트 교수는 노동시장 분야의 권위자로 한국 고용부에 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이 장관은 통화에서 “내년에 정부 입법안을 낼 계획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계좌제가 도입되면 근로자는 수십일 휴가를 받아 가족여행을 갈 수도 있고 기업은 일이 많은 시기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대신 비수기에 휴가를 보내는 등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은 주로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고용으로 고용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장관은 “성공여부는 결국 노사간 신뢰에 달려 있다”며 “합의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독일도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계좌제를 도입토록 하고 있으며 현재 도입률은 독일 전체 기업의 50~60% 수준이라는 게 슈미트 교수의 설명이다. 운영방식은 3개월~1년 내에 계좌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단기형’, 임금을 받으면서 조기퇴직을 할 수 있는 ‘장기형’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슈미트 교수는 “정부는 기업이 계좌제를 장기형으로 운영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제고와 고용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고용탄력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라며 “다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노사합의라는 전제조건 없이 도입 여부를 기업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