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업무상배임을 형벌로 다루기보다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접근하는 게 대세다.

미국에선 업무상배임을 우리 상법에도 규정돼 있는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다룬다. 이사가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한다. 동시에 미국에선 19세기부터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판례를 통해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 책임에 상당한 면죄부를 주고 있다.

형법에 업무상 배임죄를 명문화한 곳은 독일 일본 등 대륙법 계통의 국가들이다. 다만 독일의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법조문도 함께 둬 입법상의 균형을 꾀했다. 2005년 주식법을 개정, “회사의 업무에 관한 이사의 결정이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정될 때에는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일본은 배임죄가 목적범이다.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처벌한다. 그러나 검찰이 당사자의 목적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에 손해를 끼쳐도 할 수 없다’는 정도의 ‘미필적 고의’만 있어도 처벌하는 한국보다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 일본에서도 최근 경영판단의 원칙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