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착한사람이었다"..너무 다른 두얼굴

엽기적 범행으로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제주 올레길 여성 관광객 살해사건 피의자 강모(46)씨의 어머니는 "그 아이는 평생 나를 위해 살아왔다"며 범행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팔순을 바라보는 강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15년 전쯤 원양어선을 타면서 고생해 번 돈을 내 암 수술비에 다 쓰려 하기에 말렸더니 '돌아가시더라도 수술은 해보고 돌아가셔야 한다'며 나를 수술시켜 이렇게 살 수 있게 해줬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아들이 체포되기 전 마을에서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집에 와 "밖에 경찰들이 있다. 여자 관광객이 실종됐다는데"라고 하자 아들이 "관광 온 손님이 그렇게 실종될 리가 있을까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들이 몇년 전 사업 실패로 큰돈을 잃고 마음고생 한 뒤 밖에 자주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TV만 보며 조용히 지냈다"며 "언제 집 밖에 나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의자 강씨는 평생을 살아온 동네에서는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의 이웃 주민인 A씨는 "말수도 적은 편이었고 순하고 착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B씨 역시 "워낙 밖에 나오질 않아 그저 조용한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며 강씨의 범행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평판에도 불구하고 강씨의 범죄 행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강씨는 노상에서 소변을 보던 자신을 본 피해자가 성범죄자로 오인해 신고하려 하는 것 같아 이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이유로 목을 졸라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매장했던 시신에서 손을 자른 뒤 피해 여성의 운동화에 담아 유기 현장에서 18㎞ 떨어진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소에 갖다놓은 대목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는 이른바 사이코패스로 추정하기에 충분케 했다.

그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들어오며 압박감을 느껴 수사에 혼선을 주고자 그랬다"고 진술했지만, 전문가들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경우로 꼽고 있다.

또한 피의자 강씨는 살해 당일과 그 다음날, 시신을 훼손한 날 등 모두 3차례나 시신 유기 현장을 찾는 대담함도 보였다.

앞으로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강씨의 범죄 행각은 주변의 평판과는 너무도 다른 행동이었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