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일이 재미있다 보니 효율도 오르고요.”

고려청자 도요지로 유명한 전남 강진군에 있는 청자공방 효광요의 이효묵 씨(36). 이곳에 직장을 잡은 지 4개월째인 그는 한때 한 도자기 대기업의 직원이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도자기를 찍어내는 일이 싫어 대책 없이 사표를 냈다가 7년여를 실업자로 지냈다.

그에게 단국대 부설 강진도예학교는 인생의 전환점을 밝혀준 한줄기 빛이 됐다. 지난해 3월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개설한 연수프로그램을 만나면서 그는 청자를 빚고 굽는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청자를 알고부터 비로소 삶의 목표와 미래를 발견하게 됐다”며 “장차 청자명인이 돼 청자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림 효광요 대표(71)는 “당장 어렵다고 모두가 청자 굽는 일을 외면해 사기장 40년 만에 처음으로 제자 겸 직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병국 강진군 귀농인협의회장(53)도 강진도예학교를 통해 고려청자에 눈을 떴다. 서울에서 의료기 무역업을 하던 그는 3년 전 강진으로 내려왔다. 그는 ‘고려청자 도요지’라는 지역 특성을 살리면 성공적인 정착에 큰 도움이 되겠다 싶어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최근엔 50㎡ 남짓한 도예공방도 냈다. 이곳에서 다른 귀농인들과 생활자기를 만들어 팔 계획이다.

강진도예학교는 지난해 연수생 30명을 첫 배출했다. 교육비는 고용노동부가 전액 지원한다. 청자의 성형, 소성, 장식기법과 유약처리법 등 청자를 만드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교육장이다. 2005년 강진군과 단국대가 협약을 맺어 설립한 강진도예연구소가 모태가 됐다. 당시 단국대 예술조형대 학장이었던 박종훈 교수가 학교와 강진군을 설득해 2009년 폐교 부지에 학교를 세웠다. 이곳 교육시스템은 해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 대 1 맞춤교육 등 실습 위주의 교육인 데다 청자 장인들이 교수로 참여하는 교육 방식 때문이다. 고려청자의 현대화 노하우도 상당히 축적된 상태다. 현대 도예를 태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몬태나주립대도 이런 점에 주목해 강진도예학교에 올가을부터 교수·학생 교환연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연수생은 37명으로 지난해보다 늘었다. 인터넷 등에서 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다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지난해엔 연수생 중 4명만 취업하고 1명이 창업하는 데 머물렀다. 올해는 정부로부터 마을기업 지정을 받으면 취업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기업유치 및 육성과 생산·유통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자산업 활성화 3개년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도예학교 교감을 맡고 있는 정호진 교수는 “중국의 징더전(景德鎭)이나 일본의 아리타처럼 강진도 도시 전체가 청자 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진=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