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구단 소속 주전급은 물론 국가대표급, 신인까지 가담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국가대표급과 각 구단의 주전급, 신인선수들이 대거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학연과 지연을 내세우면서 접근한 K-리그 선수출신 브로커들에게 포섭돼 별다른 죄의식 없이 승부조작에 뛰어들었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7일 스포츠토토 고액배팅을 노린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ㆍ사기)로 54명을 적발해 현직 K-리그 소속 선수 37명, 선수출신 브로커와 전주 11명을 기소하고 행방을 감춘 브로커 6명은 기소중지했다.

이 가운데 15명은 구속기소,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 등 30명은 불구속 기소, 3명은 약식기소했다.

또 군검찰이 상주상무 소속 선수 3명을 구속기소, 6명을 불구속 기소해 승부조작으로 적발된 선수와 브로커는 모두 63명에 이른다.

◇한 경기 최소 300만원~최대 5천만원 수수 = 가담선수들은 브로커들로부터 거액의 대가를 받고 경기를 고의로 져 줬다.

선수섭외 등 승부조작 기여정도에 따라 브로커들로부터 1명당 1경기에서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5천500만원씩을 경기직전에 받았다.

골키퍼와 수비수, 공격수, 미드필더 등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포섭 대상이었다.

한 경기당 최소 3명에서 많을때는 9명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해 승부조작 성공률을 높였다.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은 상주상무에서 뛸 때 2차례 승부조작 경기에 가담해 1경기에서 400만원을 받아 불구속 기소됐다.

3경기에 가담해 무승부가 난 한 경기를 제외한 2경기 승부조작 대가로 1천만원을 수수한 이상덕(대구FC.불구속 기소)과 전남시절 두 경기에서 2천425만원을 챙긴 염동균(전북.구속기소)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가담했다.

부산아이파크 이모(29.불구속 기소) 선수는 전남 소속 당시 1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5천500만원을 받았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 홍정호는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돈까지 받았으나 즉시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소속구단인 제주유나이티드 구단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는지 규명되지 않아 이번에 기소하지 않았다.

지난달 구속기소된 상무소속 김동현은 자신이 직접 뛴 5경기는 물론, 모두 8개 경기의 승부조작에 관여하면서 선수를 포섭하는 브로커로도 활동했다.

그는 5경기 승부조작 대가로 8천만원을 챙긴데 이어 선수섭외 대가로 전주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들통이 났다.

국가대표급 선수 외에 고액 연봉을 받는 각 구단의 간판급 중견 선수들은 물론이고 2009년에 데뷔한 20대 초반의 신인급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5개월간 K-리그 15경기 승부조작 = 검찰이 승부조작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경기는 지난해 ▲6월2일 상무ㆍ성남전(1대 1 무승부) ▲6월6일 상무ㆍ울산전(0대 2 상무패) 등 컵대회 2경기와 ▲7월17일 대전-전북전(0대 4 대전 패) ▲7월24일 인천ㆍ제주전(2대 3 인천 패) ▲9월4일 대전ㆍ전남전(0대 3 대전 패) ▲9월18일 전남ㆍ울산전(0대 3 전남 패) ▲8월29일 전남ㆍ부산전(3대 5 전남 패) ▲9월19일 상무ㆍ대전전(0대 3 상무패) ▲10월27일 부산ㆍ수원전(0대 1 부산패)등 정규경기를 포함해 모두 15경기다.

소속 선수들에 의해 실제로 승부조작이 이뤄진 구단은 K-리그 전체 16개 가운데 전남드래곤즈(2경기)와 대전FC(2경기)ㆍ광주상무(5경기)ㆍ부산아이파크(1경기)ㆍ인천유나이티드(2경기)ㆍ대구FC(3경기) 등 6개에 이른다.

지난해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때 소속과 현 소속이 다른 선수가 많아 당시 구단들이 승부조작이 있었던 점을 알고 가담선수들을 다른 구단으로 넘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적발된 선수 63명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에 자수한 선수 21명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포섭된 선수들은 대가를 받거나 선후배 관계로 인해 승부조작에 처음 가담한 뒤에는 전주와 연결된 조직폭력배들로부터 가담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또다시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등의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승부조작 한 번에 11억원 챙기기도 = 선수포섭에 돈을 댄 전주들은 승부조작이 이뤄진 경기에 베팅해 승부조작으로 쓴 거액을 포기하더라도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폭력배 출신의 전주 김모(29.기소중지)씨는 지난해 9월18일 울산ㆍ전남전과 9월19일 대전ㆍ광주상무전에 각각 1억2천만원, 5천만원의 선수매수 자금을 쓴 뒤 울산과 대전이 이기는 쪽으로 3억7천430만원을 스포츠토토에 베팅해 11억3천350만원의 당첨금을 타갔다.

상주상무 김동현 역시 가까운 브로커들과 함께 지난해 9월18일 울산ㆍ전남전과 9월19일 대전ㆍ광주상무전에 1억90만원을 투자해 3억2천15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곽규홍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거액의 복권배당금을 노린 승부조작이 프로축구계에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수사가 프로축구계가 새로운 발전을 할 수 있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