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씨 등 주장..국방부 "현장보고 토론하자" 일축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합동조사단의 최종보고서는 어뢰에 의한 근거리 폭발이라는 결론과는 달리 오히려 '원거리 수중 폭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들어 원거리 수중폭발 가능성을 일축하고, 천안함 선체의 흡착물질이 현재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것은 흡착물질이 부식에 의한 수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폭발에 의한 산화 알루미늄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선원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의 한 식당에서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주장했다.

이승헌 교수는 "최종보고서 부록에는 어뢰에서 채취한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로 생기는 산화 알루미늄이 아니라, 반대로 수산화알루미늄(부식에 의한 녹)임을 입증하는 `EDS(에너지 분광 분석)' 데이터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흡착물질을 200도에서 열처리했을 때 나타나는 EDS 데이터는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는 없었으나 최종보고서에 들어가 있다며 "흡착물질에 대한 이 실험결과는 수산화알루미늄의 열처리 실험 때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것이어서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 때문이라는 최종보고서의 결론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 등은 "최종보고서에 이런 데이터가 실린 것은 그래도 학자들의 양심적인 실험결과는 남겨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뢰폭발에 따른 버블제트 효과로 나타나는 80m의 물기둥이 없었던 점, 천안함 선체와 내부 화약고 어디에도 어뢰폭발에 의한 충격파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면서 "전문가들의 분석은 원거리 폭발을 지지하는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결론은 어뢰에 의한 근거리 폭발로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천안함의 항적일지를 입수했다면서 "최종보고서는 북한의 잠수함이 천안함 침몰지점에서 2.5km 남서지점이라고 그래픽으로 설명했으나, 실제 항적일지를 보면 북한 잠수함은 그 보다 훨씬 더 서해의 먼바다 쪽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이는 합조단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항적일지를 받지 못한 채 분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면서 천안함의 항적일지 및 음파탐지기(소나) 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이와관련,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전 민.군 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폭발지점이 선체에서 9m 이상 떨어지면 천안함을 침몰시킬 수 있는 정도의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원거리 수중 폭발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본부장은 이어 "지금은 천안함 선체에 붙어 있던 흡착물질(산화알루미늄)이 깨끗하게 사라졌는데 비 등에 의해 씻겨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부식에 의한 수산화알루미늄이면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데 사라졌다는 것은 폭발에 의한 흡착물질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해외에서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반박하지 말고 직접 와서 천안함 현장 등을 보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김호준 기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