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5조원 시대] (5) 유로통상 신용극·웨어펀 권기찬, 국내시장 개척 '1세대'
'명품업계의 제왕'이라 불리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루이비통 모엣 헤네시)그룹 회장,구찌로 유명한 PPR(피노 쁘렝땅 르두)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요한 루퍼트 리치몬트그룹 회장,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프라다그룹 회장 등이 명품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면 국내 명품산업을 일궈 낸 인물도 한둘이 아니다.

25년 전 명품에 대한 수입제한이 풀리면서 해외 명품을 들여와 초창기 시장을 연 원로들이나 국내에 직접 들어온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법인 대표들이 대표적이다.

◆국내 명품시장의 개척자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65)과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59)은 한국 명품업계의 산증인이다. 신 회장이 명품에 눈을 뜨게 된 건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어머니(고 이성자 화백) 덕분이었다. 세계 패션 메카인 프랑스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명품 비즈니스의 사업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신 회장은 1985년 핸드백 기성복 신발 등 명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풀리자 버버리 몽블랑 아테스토니 피아제 바쉐론콘스탄틴 라프레리 등을 차례로 들여와 히트작 반열에 올렸다. 몽블랑을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은 직영에 나선 명품 브랜드 본사나 다른 수입 업체에 딜러사업권을 넘겼지만,지금도 한국에 들어오려는 해외 명품업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신 회장일 정도로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권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독일 명품 브랜드인 아이그너를 시작으로 겐조 소니아리키엘 베르사체 등 그동안 30여개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했다.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경제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프랑스 국가공로훈장 기사장을 받기도 했다.

◆명품산업을 꽃피운 한국법인 지사장

국내에 들어온 명품 브랜드의 한국지사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47)이다. 1994년 루이비통 대표를 맡은 그는 '최장수 명품 브랜드 한국지사장'이다. 한국에 '루이비통 신드롬'을 일으키며 부임 초기 30억원(면세점 제외) 안팎이던 매출을 지난해 3721억원으로 100배 이상 불렸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분에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15년째 에르메스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전형선 대표(50)도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1989년 글로벌 브랜드인 '에스프리'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패션과 인연을 맺은 전 대표는 1996년 에르메스코리아 설립과 동시에 대표를 맡았다. 국내 문화예술 산업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온 덕분에 '문화 CEO'로도 불린다.

최문영 프라다코리아 사장(47)은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이다. 1991년 루이비통 한국 1호점(신라호텔점)의 스토어 매니저로 명품업계에 발을 내디뎠으며,셀린느 지사장을 거쳐 2007년 프라다코리아에 합류했다. 최 사장이 맡은 뒤 프라다코리아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2006년 269억원이던 매출은 2007년 358억원,2008년 620억원,2009년 1195억원으로 매년 2배씩 뛰었다.

김쎄라 까르띠에코리아 사장(42)은 정통파 패션 전문가로 꼽힌다. 캘빈 클라인을 배출한 미국 뉴욕주립대 산하 패션 전문학교인 FIT(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와 16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패션스쿨인 에스모드에서 공부했다. 2001년 펜디코리아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2006년 까르띠에코리아 영업부장으로 입사한 뒤 910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4년 만에 159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한국지사장으로 발탁됐다.

이 밖에 구찌코리아는 재미교포 2세인 윌리엄 윤 대표가 2005년부터 이끌고 있으며,샤넬은 2001년 지사장으로 부임한 로버트 스타브리데스 대표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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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계의 숨은 실력자

서울럭셔리비즈니스인스티튜트(SLBI)를 이끄는 다니엘 메이란 대표(66)는 한국 명품업계의 숨은 실력자 가운데 한 명이다. 루이비통 등 LVMH그룹의 국내 면세사업을 담당하는 블루벨코리아 대표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명품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5월 아시아 최초의 명품 비즈니스 교육기관인 SLBI를 열었다. 메이란 대표는 SLBI를 국내 명품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창구이자 국내 명품업계 종사자들의 '사랑방'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정식 갤러리아 명품관 점장(전무)도 한국 명품업계 파워인물로 꼽히는 데 손색이 없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까르띠에 등이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에 국내 첫 매장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작년에는 바쉐론콘스탄틴 등 최고급 시계와 보석으로만 구성된 매장을 명품관 지하에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동안 명품관 점장을 한 데 이어 2007년 다시 점장으로 복귀했다.

오상헌/안상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