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우주로켓 나로호(KSLV-1)가 10일 발사됐으나 2분17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러시아가 개발한 나로호 1단이 연소되는 구간에서 폭발한 것으로 분석,러시아와 협의해 3차 발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를 실은 나로호는 이날 오후 5시1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지만 발사 137초 만에 통신이 두절되면서 폭발했다. 나로호의 잔해는 북위 약 30도,동경 약 128도 지점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은 제주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로부터 약 470㎞ 떨어진 곳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륙 후 137.19초까지는 정상적으로 비행했으나 이후 지상추적소와 통신이 두절됐다"며 "나로호 상단 탑재 카메라 영상이 섬광처럼 밝아지는 현상으로 볼 때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3차 발사 일정 발표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또 "작년 1차 발사 이후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며 "정부는 오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것이며 우주강국의 꿈을 이룩할 때까지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 발표대로라면 러시아 측이 개발해 제공한 나로호 1단 로켓이 연소되는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부의 분석은 탑재위성의 목표궤도 진입이란 나로호 발사임무가 실패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 그 책임이 사실상 러시아 측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곧바로 이를 수용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 러 연구진은 이날 오후 6시30분 첫 회의를 열어 나로호 비행상태 분석작업에 착수했으며 향후 2~3차례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나로호 개발과 관련,발사체 임무실패 시 러시아 측은 나로호 1단을 추가 제공,3차 발사를 진행토록 하고 있다. 나로호는 앞서 지난 7일 발사대에 기립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문제가 발생해 절차가 5시간 이상 지연됐으며 발사예정일이던 9일에는 발사 3시간을 앞두고 소화 용액이 분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항공우주연구원과 교과부는 밤샘작업을 통해 발사대 시스템 문제를 바로잡았고 이튿날인 10일 오전 10시께 로켓과 발사대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발사를 결정했다. 오후 1시30분 발사시간을 확정한 뒤 기상청과 공군 F-15K 전투기의 협조까지 받아 기상 상태를 체크했다. 또 오후 4시46분 최종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뒤 로켓을 쏘아올렸다.

외나로도(고흥)=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