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에도 미술품들이 많다.갤러리나 박물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을 듯한 작품들이 로비, 레스토랑, 객실, 심지어 엘리베이터와 정문 앞에까지 포진해 있다.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귀에 익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관심을 갖고 둘러보는 순간, 호텔은 작은 갤러리가 된다.

◆호텔 속에 차려진 미술관

서울 중구에 있는 신라호텔은 운보 김기창과 고암 이응로 등 국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나 서양 작가들의 미술품,각종 도자기,판화,민화,조각품 등을 구비하고 있다. 호텔 로비에서 빛을 발하는 설치미술은 박선기씨의 '조합체 09-0714'.나일론 줄에 아크릴을 천장에 매달아 투명한 빛을 낸다. 키네틱 아트 작가 라파엘 소토의 작품도 눈에 띈다. 2층에는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 작가인 토니 들랩의 작품이 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그림을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 1층 레스토랑 '더 파크뷰'에는 미국 팝아트 작가 톰 웨셀만의 판화 작품과 빌 탐슨의 작품 8점이 전시돼 있다. 같은 층 '라이브러리 바'에는 피카소의 작품 9점이 걸려 있다. 중식당 '팔선'에서는 동양화가 서세옥씨와 도예가 박영숙씨의 작품,호안 미로의 판화 등을 만날 수 있다. 호텔 내부 조각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서울 강남구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도 다양한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은 약 80점,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은 73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로비에는 한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데 김창열 화백의 유화 '물방울'이 가장 눈에 띈다. 프랑스 작가 로베르 콩바의 작품, 김유준씨의 '시간,기억',사석원씨의 '부엉이'도 만날 수 있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1층에는 고 백남준씨의 비디오아트 작품 '파라다이스 나무'가 전시돼 있다.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은 로비에서 연중 미술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금은 안말환 작가의 전시회가 진행중이다.

◆호텔과 어울리는 미술작품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은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멋을 자랑한다. 로비와 레스토랑,복도,객실,연회장 등에는 18~19세기에 만들어진 테이블,도자기,램프,벽시계 등이 있다. 고가구들은 대부분 18세기 중엽 루이 15세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라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로비를 장식한 콘솔과 촛대 또한 중세 시대의 것.

호텔 정문인 회전문 안에 설치된 도자기,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로나'의 1750년대 프랑스 벽시계,엘리베이터 앞의 1890년대 그리스 탁상시계도 볼거리다.

서울 광진구 W서울 워커힐은 2004년부터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을 전시해 왔다. 로비와 엘리베이터,객실인 미디어룸에서 볼 수 있다. 로비에 있는 다니엘 로진의 '나무 거울'은 나무 조각 1500개로 만든 작품.그 앞에 선 사람의 형태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해 나무 거울로 만들어낸다. 엘리베이터 옆 로진의 '스크린 거울'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고객들의 모습을 거울로 보여준다. 미디어룸에는 소프트웨어 아티스트인 골란 레빈과 케이시 리즈의 '소프트웨어 아트 커미션'이 있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서울은 호텔 공간의 컨셉트에 맞춰 미술품을 전시했다. 2층 비즈니스&미팅센터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은 구입한 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 분위기에 맞게 촬영한 맞춤식 작품이다. 최민호씨와 황선구 교수의 사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지하 2층 바 헬리콘에 있는 20세기 아방가르드 작가 프랑크 스텔라의 '환타시아',신상호 홍익대 교수의 '애니멀 헤드' 중 양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안팎에서는 신상호 작가의 도예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중 '아프리카의 꿈'은 인간과 닮은 동물 표정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인근 센트럴시티와 고속버스터미널 승강장 외벽을 잇는 초대형 벽화 '밀레니엄타이'도 신씨의 작품이다. 도자기타일 2000여개를 이어붙인 이 벽화는 160m에 달한다. 로비에 있는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씨의 추상화 '잔칫날'도 흥미를 끈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은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여럿 전시했다. 2층 연회장 앞에 있는 전광영씨의 'Aggregation 03-m-112'는 한지로 감싼 스티로폼을 커다란 화폭 위에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1층 로비에는 이종상씨의 '흙에서' 등이 있고,민화를 연상시키는 송규태씨의 작품은 비즈니스센터와 폐백실에 있다.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서울에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미국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프랭스 스텔라의 작품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걸려 있다.

◆이것도 예술작품?

호텔 곳곳에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알고보면 예술작품인 경우가 많다.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로비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는 미국 작가 데일 치울리의 작품이다. 2001년 구입할 때 값이 3억1700만원이었다.

서울 강남구 파크 하얏트서울 3층의 미팅 플로어 엘리베이터 앞에는 독특한 의자라는 오해를 사는 미술작품이 있다. 박석원씨의 조각작품 '적의(積意)'다. 사람들이 의자인 줄 알고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작품값은 8900만원에 달한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앞에서 볼 수 있는 설치미술은 정관모씨의 '코스모너지'다. 우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표현한 이 작품을 설치하는 데에만 전문가 4명이 두 달이나 매달렸다고 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