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피해자의 다소 부정확한 진술도 성폭행 사실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13일 아동보호시설에 위탁된 11세 여아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하고 강간한 목사 오모씨(43)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2005~2006년 당시 11세이던 피해자 A양을 13회 성추행하고 4회 강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강간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오씨 측은 "성추행할 만한 장소도 없었고 피해자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만큼 증거 능력이 없는 음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1심을 깨고 강간 부분을 모두 인정,1심보다 무거운 징역 5년을 선고했고 대법이 이를 확정했다.

대법은 "3년이 지나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어린 피해자가 강간을 당한 곳과 시간을 정확히 기억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미성년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 아동의 진술과 다양한 증거를 토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장소와 시간을 추정할 수만 있다면 범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어린 아이가 직접 겪지 않았으면 알 수 없었을 범행 수법과 주변 상황,범죄 후 정황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어 유죄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