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만 생긴다는 치질.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1만4500명이 치질로 입원,2년 연속 가장 많은 환자가 입원한 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사에게 환부를 보이는 게 부끄럽다거나 수술로 인한 통증이 심하다는 등의 이유로 병원 진료를 기피하는 치질 환자가 꽤 많다.

다행히 요즘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 통증과 시술 시간을 줄인 다양한 치료법들이 나와 치질 중에서도 가장 흔한 치핵(항문정맥이 확장돼 뭉친 것)의 치료가 한결 수월해졌다. 대장 · 항문 전문인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수술 대신 환자의 치핵 크기와 도수(심한 정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쓰면 통증을 최소화하고 시술 당일 입 · 퇴원이 가능,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바론고무결찰시술법은 직장경을 통해 치상선(항문 입구에서 1.5㎝ 안쪽에 위치한 톱니 모양의 조직) 상부 6㎜ 정도에서 둥그런 고무로 치핵을 묶는 방법이다. 주로 2도,3도 정도의 내치핵에 시행한다. 시술 후 7~10일 정도 지나면 치핵이 녹아 줄어들면서 떨어진다. 이어 1개월 정도 지나면 상피 조직이 자연스럽게 덮이며 치료가 끝난다. 한 번에 하나의 치핵을 묶어 4~6주 간격으로 치핵을 제거한다.

국소 마취로 짧은 시간 내에 시술하므로 입원을 하지 않아 편리하며 비용도 적게 든다. 치핵 조직을 과도하게 절제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치핵이 너무 작으면 묶은 부위가 빠지기 쉽고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드물게 치핵이 썩어 떨어지는 과정에서 1~2주간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노약자는 항문 주위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올 수 있다.

알타주사요법은 황산알루미늄칼륨과 탄닌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부식성 주사제를 치핵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최근 널리 쓰이는 이 치료법은 △치핵 위쪽의 점막하층(1단계) △치핵 중앙의 점막하층(2단계) △치핵 중앙의 점막고유층(3단계) △치핵 아래쪽의 점막하층(4단계) 등 4단계에 걸쳐 주사만 맞으면 되므로 매우 간편한 시술법이다. 통증과 출혈이 적고 기력이 약한 고령자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비용도 20만~30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재발률이 2% 미만으로 다른 비수술 요법보다 낮다. 치상선 위쪽에 발생한 내치핵에는 효과가 좋으나 외치핵이나 치루,치열 등에는 효과가 적은 편이다. 환부에 정확하게 주사하지 않을 경우 항문협착이나 조직괴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숙련된 시술 경험이 필요하다.

레이저 치료를 할 때 외치핵에는 주로 탄산가스 레이저,내치핵에는 Nd-야그 레이저를 쓴다. 내치핵은 종전에 치핵을 레이저로 태워 응고하는 방법을 썼으나 최근에는 내치핵 환부에 색소를 주입해 치핵만 선별적으로 지혈 · 절제한다. 출혈과 통증이 적은 편이고 점막을 절제한 후 다시 봉합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시술 후 배변할 때 통증이 덜하다. 내치핵이 여러 개 있는 경우 한꺼번에 모두 제거하는 것은 곤란하며 일주일 간격으로 하나씩 여러 번에 걸쳐 시술받아야 한다. 간혹 수술 후 7일 전후에 출혈이 있을 수 있다. 드물게 항문협착증이나 괄약근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질동맥결찰술은 초음파 탐지기를 이용해 치핵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특수 실로 묶어 놓아 치핵의 크기를 줄인 다음 늘어진 치핵을 끌어올려 항문 내부에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점막 절제에 따른 항문협착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다만 증상이 심한 3~4도 환자의 경우 늘어진 부분이 다시 돌출되는 경우가 있어 치핵을 고정시키는 과정을 추가로 시행해야 하며 재발이 잦다. 장비 때문에 수술비용이 고가인 데가 근본적인 치료가 못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