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국내 대표적인 척추전문병원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우리들병원이 이에 안주하지 않고 3년 전부터 해외 환자 유치 및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어 주목받고 있다.

그 주역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59)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산업 활성화가 병원을 6성급 호텔처럼 딜럭스하게 짓고 친절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으로 오도되고 있다"며 "앞선 의료기술과 진료시스템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본질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자국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으면 50만원에 척추수술을 받을 수 있는데도 2500만원을 내고 우리들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고,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토호국)의 무바달라 왕자는 경남 사천에 한국 경비행기를 사러왔다가 포기하고 우리들병원의 의료시스템을 사들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우리들병원은 지난해 56개국에서 1017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2003년 192명,2006년 557명에 비하면 매년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별로는 미국이 318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296명,캐나다 65명,일본 59명,몽골 26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한번 병원을 이용한 사람과 의사들의 추천,인터넷 등을 통한 입소문이 이런 성과의 배경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에는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 돈내코 인근에 잭 니클로스가 설계한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갖춘 우리들리조트를 열어 의료관광 · 휴양단지의 틀을 잡았다. 조만간 숙박시설,의료요양시설도 지을 예정이다.

해외 진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올 1월 중국 천사력그룹(톈진에 근거를 둔 제약종합그룹)과 합자 형식으로 상하이에 우리들병원을 출범시켰다. 상하이 위생국은 우리들병원의 레이저를 이용한 최소침습적 척추치료술을 '의료신기술'로 인증했다. 이 병원은 지난 16일 외국인 의사 교육전문병원의 자격도 얻었다.

우리들병원은 내년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터키 앙카라에도 병원을 연다. 특히 기술투자만으로 각각 지분의 40%,51%를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2011년 말에는 아부다비의 아르자나메디컬콤플렉스에 무바달라 왕자가 추진하는 우리들병원이 오픈한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정형외과 의사들이 설립한 국제척추정형외과주식회사(ISOI)의 해외 진출 파트너로 합작 제의를 받았다. 이 밖에도 멕시코 티후아나,인도네시아 자카르타,브라질 상파울루에서도 합작 문의가 답지하고 있다.

우리들병원의 해외 성공 사례는 앞선 의료기술에서 비롯됐다. 1991년에는 요추 디스크에 대한 관혈적 현미경 레이저 수술,1992년에는 요추 디스크의 경피적 내시경 레이저시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내시경 레이저를 이용한 목디스크 수술법을 개발하는 등 그동안 10여건의 새로운 수술기법을 창안했다. 이 덕분에 지금까지 발표한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이 124건에 달한다. 현재 연간 순익의 15%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고 단국대와 함께 의료용 레이저를 개발 중이다.

당연히 환자도 넘친다. 2007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6년 동안 이뤄진 12만8318건의 국내 총 척추수술 가운데 우리들병원에서 시행된 것은 1만9651건으로 무려 15.31%를 점유,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병원 매출액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러다 보니 신경외과 또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수과정을 밟는 전임의도 항시 15명을 넘는 등 대학병원을 능가한다. 병원에서 임상경험을 쌓고 경영노하우도 배워보겠다는 후배의사들이 병원 문을 노크하고 있다.

외국인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1993년 시작한 외국인 의사 교육프로그램은 인기가 좋아 그동안 우리들병원에 최신수술기법을 배우러 온 외국 의사가 650명을 넘어섰다. 이 중 의료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의사도 150명이나 되는데 1주 교육에 3000달러를 내고 간다.

이 이사장은 "나의 의료기술과 병원경영 노하우를 독점하기보다는 널리 전파 · 공유하는 것이 더 기쁘다"며 "이로써 환자들은 더 나은 치료를 받게 됐고,후배 의사들은 척추전문병원의 성공모델을 보고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2년 부산에 이상호신경외과를 열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도 외면하지 않는 친절함으로 인기를 모았다. 1985년 프랑스,1990년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의료용 레이저와 첨단 수술기구를 이용한 새로운 수술법을 잇따라 개발했다. 1992년 서울로 입성한 뒤 1997년 닥친 외환위기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부인인 김수경 우리들생명과학 회장(60)과 함께 6개 국내외 병원과 우리들생명과학 및 15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중견그룹을 일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