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문과 경쟁률 크게 오를 전망"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영역이 쉽게 출제돼 원점수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서울지역 중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정시모집 경쟁률도 크게 오르는 동시에 수험생간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리영역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에 따라 일선 고교의 진학지도도 상당히 혼선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입시업체들이 10만명 이상 수험생의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리 가형과 나형의 1등급 커트라인이 각각 원점수 89점, 92점으로 작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대학이 반영하는 수리의 표준점수 역시 최고점이 가형 142점, 나형 140점으로 언어(133점)나 외국어(139점) 등과 10점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년의 경우 수리의 표준점수는 다른 영역과 비교해 20점 이상 차이가 나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는 가장 큰 변수가 돼왔다.

비록 수리 표준점수는 대학의 반영비율이 높아 올해도 당락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수리 고득점자가 크게 증가한 만큼 올해 입시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우선 수리가 어려웠던 본수능과 올해 6, 9월 모의평가를 감안해 수리를 열심히 준비해온 응시생들은 표준점수의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고득점 달성이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어려웠다고 평가되는 외국어나 작년과 비슷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언어 점수의 변별력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수리 나형은 대폭 쉽게 출제돼 변별력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며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정시 지원 때 수리보다는 외국어와 언어 변별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문과 계열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더욱 확대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재수생들이 하향지원할 가능성이 커졌고 `쉬운 수리'로 여학생들의 `약진'도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병욱 인창고 연구부장은 "아주 특이한 현상이다.

수학이 너무 올라 상위권이 크게 두터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연세대와 고려대가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하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문과 경쟁률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치열한 눈치작전이 전개되면서 주요 대학의 인기학과는 오히려 경쟁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영역별 가중치 등 대학의 수능성적 반영기준 다변화와 모집군 다양화로 입시전형이 복잡해진 데다 `쉬운 수리'와 `어려운 외국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가미돼 진학지도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병욱 연구부장은 "성적 분포를 그래프로 그려본다면 아마도 항아리 모양이 될 것이다.

어느 쪽에 더 많은 수험생이 몰릴 것인가가 입시전략을 세우는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진학상담 교사들과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입시 치밀한 입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일단 등급 구분점수 추정치를 통해 자신의 성적이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지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입시전략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