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 논란 불구, 정부 소극적 태도… 향후 1,2주내 조정여부 결정될 듯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이 가시화되면서 국가 전염병재난단계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신종플루 상황은 하루 감염자 수가 이번주 들어 8천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30명을 넘어섰으며 학생감염이 광범위해지면서 휴교, 휴업을 하는 학교 수 200여곳에 이른다.

직장과 가정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며 치료거점병원은 물론 동내 병의원에는 밀려드는 의심환자로 큰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과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미 신종플루가 대유행단계에 들어간 상태여서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국가전염병재난단계는 '관심(Blue)-주의(Yellow)-경계(Orange)-심각(Red)' 등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21일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일로에 있자 '경계'를 발령했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심각단계가 발효되면 정부는 행정안전부장관을 본부장으로 인플루엔자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시도별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만들어져 군을 포함한 모든 정부인력이 신종플루 대처에 가동된다.

또 국민의 이동제한, 감염지역 및 직장 차단, 학교휴교 또는 조기방학 등 강도높은 조치가 가능해진다.

전염병을 이유로 국가 위기단계가 재난상황 수준으로 관리된 적은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위기단계 상향조정에 대해 '아직 때가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현재의 위기단계가 최고 수준보다 한단계 낮지만, 정부의 각종 조치는 심각 단계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좀 더 확산속도를 지켜본 뒤 상향조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도 앞서 지난 27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직후 "환자 발생 수, 중증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위기단계를 올리는 것을 검토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별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경계단계가 발효된 뒤 사망자와 환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처럼 위기단계 상향조정을 꺼리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우선 범정부가 참여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세운다 해도 전문성이 필요한 보건의료 부문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냐는 문제가 있고 위기단계 격상에 맞춰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취할 수 있는 추가조치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내달 학생들에 대한 예방접종이 시작되면 신종플루 확산세가 한풀 꺾일 공산이 큰 데 정부가 나서 국민 불안을 부채질할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정부의 위기단계 격상 여부는 향후 1,2주 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의 확산이 속도를 더하고 사망자 및 중증환자 발생 추이가 심각한 상태에 놓이면 정부의 선택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