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성의학클리닉을 찾았다. 의사는 "성관계는 보통 삽입 후 몇 분 정도 하시죠"라고 물었다. 남편은 "한 3분 정도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내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3분 정도면 오지도 않았죠.1분도 채 안 돼요"라고 화를 낸다. 1분과 3분이라는 겨우 2분 차이로 부부싸움까지 하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당사자가 성교 시 느끼는 행복감은 3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과거 가부장적이고 남성 우위였던 시대에 남자는 성관계 시 자신만 만족하면 그만이었고 여성들은 불만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여권이 신장되면서 경제적,성적 불만족을 참고 지내는 여성이 점차 줄고,거꾸로 성관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 표현하고 배우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함께 즐기는 사랑을 이어가길 희망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남성들이 고민하는 양대 성기능장애 질환이 발기부전과 조루증이다. 조루는 '성기의 질내 삽입 후 사정에 이르는 시간'(IELT)이 1분 내외로 매우 짧고,자신이 사정 시간을 조절할 수 없으며,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말한다. 대한남성과학회가 지난해 4월 19세 이상 성인 남성 20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27.5%가 조루증이다. 국내 40대 이상 남성의 11%가 발기부전이라는 연구결과에 비춰보면 조루로 고민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남성의 권위주의가 여전한 중앙아시아에서는 남성들이 성관계 시 파트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인지 조루증의 유병률도 눈에 띄게 낮다고 한다. 하지만 성생활이 남성의 일방적인 욕망의 해소가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친밀한 행위로 인식하는 지금의 한국에서는 조루증을 치료해야만 한다. 실례로 2007년 전주지방법원은 조루증으로 인해 성관계 및 치료를 거부한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커플 간 성적 불만족을 야기하는 조루증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성격' 차이가 아닌 '성적(性的)'차이가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남성들은 조루증을 강 건너 불구경처럼 방치하지만은 않았다. 획기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약물과 민간요법에 쏟아부은 돈이 지난해 약 5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도 지난 20일 한국얀센이 세계 최초의 먹는 조루증 치료제인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를 국내에 공식 판매하면서 조루에 대한 고민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이 약은 만 18~64세의 조루증 환자가 복용할 수 있으며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전 세계 6000여명의 조루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 이 약을 복용하면 평균 0.9분이던 사정까지의 도달 시간이 3.5분으로 연장됐다. 성관계를 갖기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약 7시간 동안 사정지연 효과가 지속된다.

프릴리지는 정서나 식욕,성적흥분에 관여하는 뇌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조루 증상을 개선한다. 본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계열 우울증 치료제에 속하지만 단기간에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능력이 월등하고 몸에서 빨리 배설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한 알 당 소비자 구입가격은 저용량 30㎎은 1만4000원,고용량 60㎎은 2만4000원 정도로 유럽 국가의 절반 수준에 유통될 예정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쏟아지는 조루증 개선 방법…그러나!

조루증 치료와 관련,'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이비 비기(秘技)들이 횡행한다. '과음 후 관계하기'와 '커피에 소금을 타서 하루 세 번 마시기' '옥으로 만든 링이나 반지 착용하기''배뇨 도중 소변 끊기''칫솔이나 때밀이 타월로 성기 박박 문지르기' 등의 근거없는 조루증 개선방법들이 인터넷에 만연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예민한 귀두 표피가 벗겨져 상처와 염증만 생기는 일이 허다하다.

음지에서 행하는 비기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 다음 행보는 효과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들을 찾아나서게 된다. '칙칙이'나 '●●겔'로 불리는 국소마취제를 함유한 스프레이와 크림 형태의 제품,일명 '변강쇠 콘돔'으로 불리는 마취 콘돔 등이 그것이다.

이들 제품은 귀두 감각을 일시적으로 둔화시켜 성관계 시간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효과가 일정치 않으며 무엇보다도 성감을 느끼지 못해 '성적 노동시간'만 연장되는 데 그칠 수 있다.

더 확실하게 조루를 치료하려는 남성들은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감행한다. 음경에서 귀두로 가는 신경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귀두의 과민한 감각을 둔화시키는 수술이다. 조루의 원인이 귀두의 과민성에 있는 환자라면 90~95%의 수술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귀두의 과민성에 의한 조루 환자가 아닐 경우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 또 신경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이상 감각이나 무감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수술경험이 풍부하고 고도로 숙련된 전문의로부터 시술받는 게 좋다.

행동요법은 1950년대에 조루가 성적 자극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가정 아래 등장한 방법이다. 성적 자극의 강도에 따라 귀두짜기(squeezing)나 멈췄다 다시하기(stop & start) 등을 훈련해 심리적인 긴장감을 순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사정 지연을 유도한다. 단기적으로 약간의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파트너의 인내와 협조가 필요한 데다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혹시 내가 조루?"…스스로 진단해 보자

자신이 조루인지 제대로 알아야 성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지난달 대한남성과학회는 국내 임상시험을 거쳐 2007년부터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루진단표(PEDT)'의 한글판을 발표했다. 이 진단표는 △사정조절 능력 여부 △원하기 전 사정하는 빈도 △아주 미미한 자극에 대한 사정반응 여부 △조루로 인한 자신의 스트레스 △배우자가 불만족스러워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 등에 대한 5가지 간단한 질문을 통해 쉽게 자신의 조루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 총점이 8점 이하면 정상,9~10점은 잠재적 조루,11점 이상일 경우는 조루 환자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