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보건당국 "백신접종시기 겹쳐 기저질환 사망 증가 탓"

독감백신을 접종한뒤 숨지는 사례가 이달 들어서만 4건이 발생하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망자만 놓고 보면 역대 최다였던 2005년 6건에 육박한다.

이후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나타나지 않다가 2008년 3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이 모두 국내 생산분이어서 '신종플루 백신 생산을 서두르느라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거 아니냐'는 설이 나오고 있다.

올해 계절독감 백신은 모두 1천100만개가 공급되는데 이중 1천44만개가 국가검정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 공급되고 있다.

정부의 무료 공급물량 393개 가운데는 344만개가 녹십자 생산분이며 이중에는 외국제약사의 원액을 수입해 희석한 뒤 제조한 백신과 자체 생산물량이 포함돼 있다.

녹십자 측은 이에 대해 "제품의 안전성은 이미 국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노인 등 취약계층이 몰리는 보건소 물량의 대부분이 우리 제품이고 하루 접종인원 등을 고려할 때 백신과 무관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올해 일반인의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불가능해지면서 너나없이 독감백신이라도 맞겠다는 접종자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계절백신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내달에는 단계적으로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이뤄져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계절 백신 접종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3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최근의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에 대해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힌다.

질병관리본부 고운영 예방접종과장은 "2005년 사망사례도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단기간에 발생한 것"이라며 "낮은 기온에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의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고령자의 백신접종시기가 겹치면서 보고사례가 많은 것일 뿐 이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계절백신 접종이 2005년 170만명에서 올해 350만명으로 배 이상 늘었고 사망원인이 심근경색 3건이었던 2005년과 심근경색 2건, 심장마비 1건이었던 올해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고 과장은 "약물에 의한 사망의 경우 접종 후 30분내에 아낙필락시스(급성이상반응)이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까지 사례에서 이런 반응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몇건의 사망사례 때문에 독감백신 접종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면서 "과거 독감백신 접종 후 과민반응이나 계란에 대한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이 없다면 면역력 저하자도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감기에 걸려 발열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증상이 호전된 후 백신을 접종하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보건당국은 앞서 백신 접종에 따른 고령의 노인 사망이 이어지자 전문가회의를 열고 의료기관에 철저한 사전 예진을 통한 접종대상자의 건강상태 확인, 접종대기 시간 최소화, 충분한 대기공간 마련을 당부했다.

또 접종예정자에게는 고령자의 경우 추운 날씨에 장시간 접종대기하지 말 것, 따뜻한 옷 착용, 충분한 수분섭취, 예진 시 평소 질환.아픈 증세 의료진에게 알릴 것, 접종 후 20-30분 급성 이상반응(아낙필락시스) 관찰 등을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