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해외 선진국들은 공무원 노조에 대해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은 물론 단체교섭권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 노조의 설립권 및 단결권만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노조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체교섭권을 확보하고 개별 사안에 따라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의 공무원 노조와는 대조적이다.

노동부와 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독일의 공무원 노조와 공기업 노조는 DGB(독일노동조합총연맹),DBB(독일공무원노동조합) 등 연합노조에 가입돼 있지만 단체교섭권은 없다. "공무원은 국가에 대한 충성복무 의무를 갖고 있으므로 어떤 방식의 단체교섭 또는 협약도 체결할 수 없다"고 명시한 관련법 때문이다. 일본도 공무원 노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이나 쟁의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 설립과 연합조직 가입이 허용되고 단체교섭권이 부여되는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단체협약은 법적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이들 국가에서 공무원 노조와 정부가 맺는 단체협약은 보수 결정 및 의회의 승인을 위한 예비적 행위에 불과하다. 일종의 신사협정인 셈이다. 미국은 대체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까지 주지만,단체교섭권 허용 대상 공무원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연방공무원들은 단체교섭권을 갖지 못한다. 단체행동권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주요 선진국들은 공무원들의 정치 세력화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근무시간에는 노조활동을 못하도록 하고 전임자에 대해선 임금 지급을 불허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해외 선진국 사례에 비춰볼 때 한국의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들의 노조활동 범위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단결권 외에 단체교섭권까지 허용한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노조법이 만들어지던 2000년대 초반 당초 입법 소관 부서인 행정자치부의 '공무원 조합법안'이 폐기되고 대통령 공약에 따라 노동부가 재입법하면서 ILO(국제노동기구) 권고안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교섭권 부여 조항도 노동부 입법 과정에서 생겨났다. 업무시간의 노조업무를 금지하던 조항도 임용권자의 동의를 얻어 가능토록 변경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노동부가 입법에 나서면서 노동계 요구를 지나치게 반영한 감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공무원 노조의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