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前연구원 등 7명 기소…러시아 법인도
핵심부품도 빼돌려, 1년여만에 엔진개발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김석우 부장검사)는 21일 러시아의 한 자동차업체로 이직하면서 예전 회사의 핵심 제조기술을 빼돌려 신차 개발에 이용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황모(43)씨와 정모(43)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국내 자동차업체에서 일하다 러시아 업체로 스카우트되고서 황씨 등이 빼돌린 자동차 설계도면을 이용해 신차 개발에 가담한 김모씨 등 5명과 러시아 업체의 한국법인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GM대우의 연구원으로 있던 황씨는 2006년 10월 러시아 자동차업체인 타가즈(Tagaz)의 한국법인인 '타가즈코리아'로 직장을 옮기면서 GM대우 라세티의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GM대우에서 일하다 지난해 3월 타가즈코리아의 총괄부장으로 영입된 정씨는 퇴사 당시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설계기술 자료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타가즈코리아의 R&D(연구개발)센터장으로 부임한 황씨는 자신이 빼돌린 라세티 설계도면 파일 2천103개와 기술표준 파일 1천534개, 정씨가 반출한 기술자료 6천437개를 김씨 등 각 부품제조 팀장들에게 건네며 신차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가즈코리아는 실제 이들 자료를 토대로 라세티와 흡사한 신차 'C100'을 개발했으며, 국내에서 만들어진 차체와 엔진 등 핵심부품을 러시아로 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생산해 지난 17일부터 160여대를 러시아에서 시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 제작에 보통 4~5년 정도 걸리는 게 업계의 상식인데, 엔진개발 경험이 전무한 타가즈코리아는 이들 자료를 이용해 불과 1년3개월 만에 엔진을 생산했다"고 전했다.

황씨 등은 신차개발 과정에서 라세티 기술자료를 '코롤라'라는 은어로 불렀고, 회사에 설치된 컴퓨터와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수차례 파기하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기술유출 사실을 숨겼다.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이들이 신차개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찾지는 못했으며, 이들이 다른 차종의 설계기술을 유출한 증거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타가즈가 현지에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많지 않지만, 핵심 부품이 통째로 유출된 점으로 미뤄 GM대우의 총 피해 규모는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퇴사 전 GM대우의 기술표준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사내 정보시스템(ERP)에 접속해 하루 1천여회 이상이나 검색하고 이를 내려받았음에도 누구도 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