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환자 상당수가 초기대처 미흡
고위험군 해당여부, 가까운 거점병원 미리 확인해야

국내 신종플루 감염환자 중 `고위험군'에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주말인 12~13일 사이에만 3명의 고위험군 감염환자가 사망함으로써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는 모두 7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방역당국에 확인된 고위험군은 첫 번째 사망자를 제외하고 2번째부터 7번째 사망자까지 모두 6명이다.

방역당국이 지정한 신종플루 고위험군은 ▲65세 이상의 고령 ▲폐질환자(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기관지염,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진폐증, 기관지폐형성이상, 천식 등) ▲만성 심혈관 질환(선천성심장질환, 만성심부전, 허혈성심질환. 단, 단순 고혈압은 제외) ▲당뇨(인슐린이나 경구 혈당강하제를 필요로 하는 당뇨병) ▲신장질환(콩팥증후군, 만성신부전증, 신장이식환자 등) ▲만성간질환(간경변 등) ▲악성종양 ▲면역저하자(무비장증, 비장기능이상, HIV 감염자, 화학요법치료로 면역저하유발, 스테로이드 등 면역억제제 한 달 이상 복용, 기타 면역억제 치료자) ▲임신부 ▲59개월 이하 소아 등이다.

13일 7번째 사망자로 확인된 78세 남성은 고령에다 알코올의존증과 간경화, 고혈압 등 신종플루 감염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었다.

이 환자는 지난 8일 발열과 복통, 경련 등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항바이러스제는 4일이 지난 12일에야 투약됐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감염 48시간 내에 처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항생제 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다 이틀이나 늦게 타미플루가 처방된 것이다.

결국 이 남성의 최종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같은 날 신종플루 6번째 사망자로 최종 발표된 67세 남성도 65세 이상의 고령에다 만성간질환을 앓아온 병력 등으로 볼 때 전형적인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게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이 남성 역시 지난달 20일 발열, 기침 등의 증세가 나타났지만, 첫 증상 후 7일째인 지난 26일에서야 항바이러스제가 투약됐다.

최종사인은 2차성 폐렴에 의한 패혈증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12일 5번째 사망자로 발표된 73세 할머니는 평소 지병인 고혈압을 오랜 기간 앓았던 데다 나이가 많아 `전형적'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할머니는 다른 사망자와 달리 증상 하루만에 타미플루가 처방됐지만,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항바이러스제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국내 4번째 신종플루 사망자인 47세 여성은 만성신부전증을 오랫동안 앓아온 것은 물론 고혈압과 당뇨병 증세까지 동반했던 `고위험군'이었다.

또한, 3번째 사망자인 67세 남성은 원래 지병인 천식으로 외래 치료를 받아오던 중 신종플루에 감염돼 사망했으며, 2번째로 사망한 63세 여성도 고혈압 환자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신종플루에 감염돼 숨진 고위험군 환자들이 증상 발생 후 타미플루를 투약하기까지 최장 18일이나 걸렸고, 첫 증상 후 병원을 찾는데도 최대 7일이 걸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고위험군 환자들이 증상이 발생한 후 초기대처에 주의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스스로 신종플루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할 것 ▲열이나 근육통, 인후통 등의 신종플루 증상을 파악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을 것 ▲증상이 나타났을 때 집과 가까운 거점병원이 어디인지를 미리 파악해 놓을 것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을 것 등을 당부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고위험군 환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히 병원을 찾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고위험군 스스로 질환의 정도를 가늠하고, 증상에 빨리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또 "현재 시점에서 고위험군 모두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할 수는 없는 만큼 외출 시 감염에 대비한 위생수칙을 지키도록 일깨우는 게 필요하다"면서 "이 중에서도 발병 이후 병원을 찾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