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 사이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자가 3명이나 나오면서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개학철을 맞아 각급 학교에 감염 비상이 걸린 가운데 추가 사망자가 나온 것인데다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9월부터 대유행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는 상황이어서 학부모들과 합병증 우려가 있는 노년층, 만성질환자의 근심과 걱정은 패닉에 가까운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노동부 등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합동대책본부'를 만들어 다가올 대유행에 대비하기로 했다.

◇ 신종플루 확산 속도..아직 대유행으로 보기는 어려워 =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 환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5월 2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서서히 증가하던 환자는 5월 말 서울 강남의 모 어학원 외국인 강사와 긴밀접촉자 22명이 집단감염되고 방학을 맞아 미국, 일본, 캐나다 등 해외 유학생, 연수생의 입국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급증세로 돌아섰다.

환자 발생은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더욱 늘어 6월 20일 100명을 넘어선 이래 환자 수는 한달 뒤인 지난달 22일 1천명을 돌파했다.

이후 하루 30-60명씩 늘어난 환자는 100명, 200명으로 불어 27일 현재 3천705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역사회 감염사례는 지난달 10일 강원지역 유치원 여교사가 첫 사례로 보고된 이래 학교와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지금은 하루 발생환자의 60-70%를 차지,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사회 감염은 바이러스 보균자와의 접촉 없이 공기 중에 떠도는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침투해 감염되는 것으로 환자 본인도 인식을 하지 못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유행 가능성에 대해 '아직'이라는 반응이다.

◇ 국민 혼란 더욱 커질 듯 = 2주 사이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가뜩이나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학교에서의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직접 나서 '신종플루로 인한 휴교령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지만, 교내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신종플루 공포감이 커진 학부모들의 수업중단 요구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주 감염자가 0-20세의 청소년이어서 감염우려가 크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사망자가 나오고 감염 속도가 빨라지는 가을 학기에는 상당수 학교에서 정상수업이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자칫 대입 수능 등 국가시험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현재 학생 환자는 전국 400개교에서 926명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19개 학교가 휴교, 27개 학교가 개학을 연기한 상태다.

학교 뿐 아니라 합병증으로 인해 중증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는 당뇨병, 폐질환자를 비롯해 55세 이상 노인, 5세 이하 영유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사망자 3명 중 2명이 60대라는 점은 노인층에 대한 철저한 방역관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직장과 공장 등 산업현장에서의 신종플루 감염 우려도 더욱 커졌다.

최악의 경우 신종플루 대유행시 감염자가 800만명에 이르고 최대 2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고 보면 자칫 국가 시스템 전체가 신종플루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3년 전 조류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시 추계한 사회 경제적 비용(27조6천200억원)이 이번 신종플루에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 정부 대응태세도 한단계 올려 =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 움직임도 바빠졌다.

최근 신종플루 감염검사 건강보험 적용,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정부 비축분 방출, 민관 합동협의체 구성 등 잇따라 대책을 쏟아낸 데 이어 정부는 복지부 주관으로 교과부, 행안부, 문광부, 노동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대책본부를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

복지부가 최근 관련 부처에 담당자를 파견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행안부가 이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정식으로 "국가재난 사태에 준해 담당 공무원을 파견하라"고 해당 부처에 요청했다.

정부 부처가 특정 질병의 확산으로 합동대책본부를 구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다수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행정안전부 장관)를 가동하기에 앞서 임시 기구 형태다.

대책본부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고 관련 부처에서 서기관급(4급) 인력을 파견받아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공동 대응책을 수립해 전파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정부는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나서 환자와 사망자가 많이 늘어나거나 병원 혼잡, 소요 사태 등이 발생할 때에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전면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 9~10월 열리는 대규모 행사들의 축소ㆍ연기ㆍ취소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신종플루 환자에 대한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일부 병원에서는 처방전을 남발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가 동이 나는 등 소동을 겪고 있어 국민이 안심하고 상황에 침착히 대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