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검찰 인사로 장기 공석이던 지검장과 고검장 자리가 채워졌다. 지검장과 고검장은 기업으로 치면 그룹 계열사 사장에 해당된다. 사장이 바뀌면 기업 경영스타일도 바뀌는 법.지검장과 고검장도 마찬가지다. 어떤 리더십의 소유자냐에 따라 해당 검찰 조직의 분위기도 180도로 변한다. 마침 검찰 조직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검장과 고검장의 취임사 등에서 나타난 리더십 스타일을 사례별로 분석해봤다.


◆초일류 목표형-고객을 감동시켜라

한상대 서울고검장(50 · 사법연수원 13기)은 취임하면서 '최고경영자(CEO) 테마'를 던졌다. 한 고검장은 "과학적 수사,정교한 신상필벌을 통한 인재양성,긍정적 에너지를 뭉쳐 단합하면 초일류 검찰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이 즐겨 사용하는 인재양성과 초일류를 화두로 던진 것이다.

한 고검장은 또 "피의자를 불러서 다그치지만 말고 증거 중심 수사를 벌이다 보면 국민들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면서 "직원들의 고객은 언제나 국민이며 고객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고객감동 정신을 검찰에도 도입해 공급자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겠다는 말이다.

그는 조직 혁신이라는 말도 사용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방황하는 검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창조적 파괴, 즉 혁신이라는 것.그는 26년간 법무부와 일선 지검에서 일하면서 보고 느낀 후진적 검찰상을 바로잡아 보겠다고 선언했다.


◆일벌백계형-이것만은 안 된다

김수남 청주지검장(50 · 16기)은 교통 · 폭력 · 재산(사기)범 등 3대 빈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지검장은 "1억원 이상 사기친 사람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게 놔둬서야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겠느냐"며 "이런 사람들은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먹을 휘두른 폭력범이나 운전대를 경솔하게 잡아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사회 저변에 만연한 '법 경시 풍조'를 바로잡으려면 예외없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고,이것이 검찰 신뢰회복의 첩경이라는 것이 김 지검장의 주장이다.

김 지검장의 이런 스타일은 2008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할 때와 비슷하다. 그는 공기업 수사 등 현 정부 1기 특수수사와 광고중단운동 등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수사를 지휘하며'강성' 이미지를 각인시킨 바 있다.


◆삼세번 온정형-'살살 하겠다'

반면 한명관 대전지검장(50 · 15기)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로 여기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한두 번의 실수를 엄격히 탓하기보다 기회를 더 주어 범법자 양산을 막으려 한다. 구속과 기소가 검사 능력의 척도라 여기는 경향에서 벗어나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검찰권은 범죄예방적 효과를 달성할 때 가장 좋은 것이라는 신념의 소유자다. 행정법규 위반사범에게도 '3진아웃제'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한 지검장은 "가령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범 같은 경우 위중한 사안이 아니면 입건하지 않고 경고하고,재차 단속됐을 때도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 번째 걸렸을 때는 용서가 안 된다고 보고 엄히 처벌할 것"을 주문했다.


◆전통형 · 겸손형 리더십-기본 충실을

상습 노사분규 지역인 창원 울산 수원지검과 부산 · 전주지검 검사장은 모두 한결같이 취임일성으로'법질서 확립'을 외쳤다. 박기준 부산지검장(51 · 14기)과 이창세 창원지검장(47 · 15기)은 "(검찰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해도) 부정부패 척결에 장애가 있을 수 없다"며 "불법 집단행동을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 기조인 공안 수사 강화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몸을 낮춰 신뢰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입장도 있다.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던 황교안 대구고검장(52 · 13기)은 "군림하던 공권력에서 섬기는 국민의 검찰로 변모해야 하며 국민 계몽자가 아닌 '국민 공복'이 돼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용산참사''PD수첩' 수사를 이끌었던 정병두 춘천지검장(48 · 16기)은 "지역 주민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검찰이 될 것"이라며 "다른 사람 범법이나 비리 단죄에 앞서 검찰 스스로 돌아보고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겸손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