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8천m 봉우리 13개 등정에 성공하면서 세계 여성산악인 최초 14좌 완등에 단 한 개만을 남겨둔 오은선(43.블랙야크)씨는 12일 "지난 3일 가셔브룸Ⅰ(8천68m) 등반을 마치면서 14좌 최초 완등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확고해졌다"라고 밝혔다.

오씨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와 만나 8천m 고봉 13좌 등정에 성공한 소감에 대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지만 어쨌든 기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씨는 가셔브룸Ⅰ 등정 당시 고비를 묻자 "낭가파르밧(8천125m)도, 가셔브룸Ⅰ도 정상가는 날 바람이 굉장히 심했다.

중간에 포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도 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라고 회고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지쳤다면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뜨거운 불가마에 가고 싶다고 말한 오씨는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한 뒤 내달 초 안나푸르나(8천91m)에 도전할 것"이라며 "14좌 완등 시점은 원래 올해 가을이었던 만큼 계획대로 밀고 가고, 나머지는 모두 히말라야 신들께 맡기겠다"라고 설명했다.

환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던 오씨는 가셔브룸Ⅰ등정이 고 고미영씨의 비극적 추락사 이후 첫 등반이었던 만큼 심적 부담이 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슬프고 힘든 경험이다.

너무 뜻밖의 사고여서 많이 놀랬고, 그걸 가라앉히고 진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며 당시의 아픈 기억을 힘들게 떠올렸다.

그는 슬픔과 충격을 딛고 가셔브룸Ⅰ 정상에 선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묻자 "그 친구(고미영)한테 빌었다.

도와달라고 얘기하고 빌었다"라고 목멘 소리로 답했다.

그는 애초 고인 및 여성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올가을 안나푸르나를 함께 오르기로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미영이 본인이 원했던 것인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하겠다"라며 "그 친구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는 것인 만큼 유품을 가져가는 등의 문제는 유족과 협의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오씨는 고미영씨가 낭가파르밧에서 추락사한 원인을 두고 `두 사람간 과열 경쟁이 원인이다'와 같은 말들이 나왔던데 대해서는 "제가 무슨 할 얘기가 더 있겠느냐. 그 부분은 고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미영이 본인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잠들어서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을 아꼈다.

오씨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고인의 유해가 묻힌 전북 부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종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