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변호사 두 명이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범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수감돼 있습니다. "

만해평화상 수상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 변호사(62 · 여 · 사진)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제인권문제와 변호사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이란 대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과 인권 실상을 전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이란에선 아직도 정치범에 대한 변호사 접견이 허용되지 않고,변호사를 피의자 신분과 동일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란에서는 정치범들을 변호하려는 변호사가 많지 않다"며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을 변호하는 것은 곧 정부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얻을 권리가 없기 때문에 내가 변호를 맡은 사람을 법정에서 처음 만난 일도 있다"며 "정치범들에 대해서는 이런 원칙들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폭로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이란의 법률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에서는 법률이 여성의 가치를 남성의 절반으로 평가한다"며 "교통사고를 당해 배상을 받는 경우 여성은 남성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며 법정에서 증인이 되더라도 여성 2명의 증언은 남성 1명의 증언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언론 통제가 심한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세계인이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의 첫 여성 판사 출신인 에바디 변호사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강제 해직당했다. 이후 인권변호사 길로 들어선 그는 2003년 인권 여성 아동 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슬람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도 이란의 인권 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