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의 평택공장 불법 점거 사태가 68일째 계속된 28일 경찰은 도장공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확보와 모의훈련까지 마치는 등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경찰은 도장2공장에서 50~200m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공권력 투입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소방 당국도 공권력 투입 때 발생할 수 있는 대형 화재 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경찰과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의 조속한 공장가동 재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도장공장 진입 시기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강제 해산 준비는 마쳤지만,도장2공장 안에 엄청난 양의 인화물질이 있는데다 600여명의 노조원들이 버티고 있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만 밝혀 여전히 공권력 투입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찰은 도장2공장에 시너 5500ℓ와 페인트 및 도료 1만90ℓ 등 모두 1만5590ℓ의 인화물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너는 순간적인 폭발성 때문에 한 번 불이 붙으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페인트 등 도료는 각종 유해 가스를 발생하기 때문에 질식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선(先)자진 해산 유도,후(後)강제 해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노조원들이 공장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경우 주동자나 극단적 폭력행위자가 아닌 단순 가담자에 대해선 처벌 수위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도 자진 이탈자에 대해 인적 사항과 연락처 등 간단한 조사만 마치고 귀가시키는 등 자진 이탈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진 이탈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무작정 공권력 투입을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다,협력사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파산 신청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공권력 투입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농성 이탈자는 27일 밤과 28일 아침 6명을 포함해 이날까지 모두 26명으로 늘어났다.

평택=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