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3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가 6차례에 걸쳐 사전에 서울 강남의 한 사설 학원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EBS 외주 제작사 PD 윤모씨(44)와 서울 대치동 K학원 원장 김모씨(35)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 전날인 지난 3월10일 서울시교육청이 EBS로 보내온 문제지를 입수한 뒤 이를 조카인 김씨에게 유출하고 김씨가 문항 일부를 학원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문제는 고 2,3학년 언어영역으로 K언어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각각 3~4개 문항이 달린 지문 3개를 그대로 인용해 핵심 문제를 만든 뒤 사이트에 올리고 수강생 150여명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를 보도록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윤씨가 지난 3월 이전에도 5차례나 추가로 문제를 제공하는 등 K언어학원에 지금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윤씨의 진술을 인정했지만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은 3월11일 문제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씨가 김씨에게 제공한 문제에는 학생들에게 노출된 언어영역뿐만 아니라 수리,외국어 등 문제 전체가 담긴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문제가 다른 학원에 제공됐는지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EBS가 2004년부터 시험 하루 전날 교육청으로부터 문제지를 받아온 사실을 확인하고 EBS 전 · 현직 PD 25명에 대해 계좌추적을 벌이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시험이 내신에 반영되진 않았지만 학원 입장에선 족집게 학원으로 명성이 높아졌다"며 "윤씨가 어떻게 문제를 입수했는지,다른 학원에도 문제가 보내졌는지,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