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AN→BUSAN→?

문화체육관광부가 로마자 표기법을 시작으로 어문 규범의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하지만 도로 표지판 변경, 인터넷 도메인 확보 등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로마자 표기법 개정이 불과 9년전에 이뤄진데다 그동안도 학자들간에 찬반 양론이 많았던 사안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 검토 사실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어문 규범 개정 여부 검토 배경은
현재 적용되는 주요 어문 규범은 외래어표기법이 1986년, 한글맞춤법과 표준어규정은 1988년 만들어졌고 한글 발음을 알파벳으로 적는 로마자 표기법은 2000년에 개정됐다.

하지만 이런 어문 규범에 대한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예를 들면 한자 문화권의 지명이나 인명은 현지 발음이 아닌 우리 발음으로 써야 한다든가 하는 지적들이다.

특히 로마자 표기법은 현재 많은 혼란을 낳고 있다.

2000년 7월 개정된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해외에서 사용되는 매큔-라이샤워 방식의 표기법과는 다르다.

현행 표기법은 우리 어문 체계에서는 생소한 매큔-라이샤워 방식의 어깨점(')이나 반달표(˘) 등은 없애고 말머리에 오는 자음 'ㄱ,ㄷ,ㅂ,ㅈ'은 'g,d,b,j'로 적기로 한게 특징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도서관이나 야후 지도는 기존 방식 대로 지명을 표시하고 있고 인명의 경우는 해외에서 통용되는 이름이 제각각이어서 국제 교류에 지장을 초래한다.

예를 들면 작가 이문열의 경우 해외에서 통용되는 이름이 10개에 달한다고 한다.

또 현행 로마자표기법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직도 영문으로 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라는 이름을 사용할 정도로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서조차 완벽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김포(GIMPO)의 경우 이 표기를 본 서양인들은 '짐포'로 읽는 등 발음 문제도 있다.

◇로마자 표기법 개정되나.

.암초 산적
문화부가 어문 규범의 개정 필요성을 따져보기로 한 것은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 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8년밖에 안 된 '로마자 표기법'을 제일 먼저 검토하기로 한 배경에는 국가경쟁력위원회 강만수 위원장이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부산은 야후 사이트에서 한국의 톱10 도시에 BUSAN과 PUSAN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각각 2위와 5위로 오르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로마자 표기법이 문제가 있더라도 개정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로마자 표기법은 딱 부러진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한글은 자음 19개에다 모음 21개를 합쳐 음절단위가 무려 40개에 달하지만 서구에서 표기수단으로 사용하는 로마자는 자음, 모음을 합쳐봐야 26개에 지나지 않는다.

또 'f나 v,x,z' 발음은 아예 한국어에는 없고 'l과 r'도 한국에서는 'ㄹ' 하나로만 표기된다.

그래서 2000년 개정 때에도 개정 작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해 많은 반대 목소리들이 나왔다.

로마자 표기법 개정에 따른 현실적인 부담도 엄청나다.

부산, 대구, 제주, 김포 등이 당시 PUSAN, TAEGU, CHEJU, KIMPO로 써있던 도로 표지판 등을 BUSAN, DAEGU, JEJU, GIMPO로 각각 교체하는 등 많은 경제적인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