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4명 다쳐..노조원 457명 연행

대전에서 열린 '광주항쟁 29주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이 충돌해 154명이 다치고 노조원 45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17일 대전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거리행진을 하던 도중 대전 동부경찰서에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노조원 50명과 경찰 104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127명은 비교적 상처가 가벼워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으며 27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17일 모두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 네거리에서 사측을 비판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고(故)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이 안치된 대전중앙병원까지 1.6㎞만 거리행진을 하기로 했으나 대한통운 앞까지 계속 행진하려 하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조합원들은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만장깃대를 휘두르며 대전중앙병원 인근 대전동부경찰서 진입을 시도했으며 경찰도 물대포를 쏘고 진압봉으로 맞서는 과정에서 경찰버스를 비롯한 차량 99대의 유리창이 깨지고 바퀴가 펑크나는 등 파손됐다.

조합원들은 이후 경찰의 저지를 뚫고 대한통운 앞까지 진출, 시위를 계속한 뒤 오후 8시 50분께 해산했으나 경찰은 시위가 끝난 뒤 민주노총 조합원 457명을 입건했다.

경찰관계자는 "시위대는 만장(輓章)깃대를 죽창으로 만들어 흉기로 사용하며 폭력을 휘둘렀다"면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고 국가재산인 전경버스를 파손시킨 행위에 대해 묵과할 수 없는 만큼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한편 민주노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입건한 457명에 대해서는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폭력 가담수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는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찰은 집회가 마무리된 뒤 귀가하려는 조합원들까지 톨게이트 등에서 검문, 입건했다"면서 "이는 명백히 경찰의 권한 남용이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폭력시위의 1차적인 책임은 진압봉과 물대포로 폭력진압을 한 경찰에 있다"면서 "화물연대 노동자 박종태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대한통운과 정부의 노동 탄압이 멈추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