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몸통'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국세청은 작년 7월30일부터 박 회장의 태광실업과 정산개발을 세무조사해 200억원 이상 세금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 같은 해 11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국세청과 여권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고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이 공식 루트로, 의형제인 천 회장이 비공식 루트로 로비에 나섰고 현 정부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 또한 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은 실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내 구속했으며 "한나라당 이상득.정두언 의원에게 부탁했다 거절당했다"는 추 전 비서관의 진술을 받아내기도 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모두 규명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사의 초점을 천 회장과 한 전 청장 간의 커넥션에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중부지방국세청장과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인물이라서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든 처지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전 수석은 동생이 박 회장과 돈 거래를 하기는 했지만 본인은 무관하다고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따라서 천 회장이 한 전 청장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최고경영자과정인 `4T CEO'의 동문으로 가깝게 지낸데다가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 다른 여권 인사 등의 도움없이 한 전 청장에게 직접 청탁을 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 등에서 확보한 압수품을 검토한 결과, 세무조사 보고서가 왜곡되거나 변형된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천 회장의 부탁을 받고도 조사팀에는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거나 조세포탈 이외의 다른 자료를 확보하고서도 보고서에는 포함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통화기록을 살펴보는 한편 다음 주께 천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조만간 한 전 청장도 미국에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로비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에게 청탁을 했고 그 시점 전ㆍ후로 박 회장으로부터 주식거래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천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방향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