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요리사 될래요"

"자기 일에 성실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식 요리사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네 살 때 혈액 종양을 앓던 어머니를 여읜 충북 청원군 북이면 대길초교 5학년 장희진(11) 양은 수업이 끝나거나 육상부 훈련이 없는 날이면 곧장 집으로 향한다.

또래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이따금 생기지만, 3∼4년 전부터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는 할머니(65)를 도와 빨래와 청소, 저녁 식사 준비 등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중학교 1학년인 오빠와 함께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억척 또순이' 희진 양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이런 생활에 투정을 부리기는커녕, 엄마 대신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하는 것일 뿐이라는 듯 항상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 과목을 제일 좋아하는 '억척 또순이'는 지금껏 한 번도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지만 늘 1∼2등을 다툰다.

또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자주 축구를 즐긴다는 '또순이'는 비록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선생님의 권유로 3학년 때부터 시작한 육상부 생활도 열심히 한다.

담임교사 곽성호(30) 씨는 "밝고 명랑한 성격의 희진이는 학습태도가 좋을 뿐만 아니라 교우관계도 원만해 친구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희진이가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억척스럽게 생활하는 '또순이'의 가족에게 올 2월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집 뒤 축사에서 난 불이 가족들의 보금자리는 물론, 온 가족이 애지중지 키워오던 어미 소와 송아지 등 5마리를 한꺼번에 앗아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희진 양 가족은 마을 경로당 인근의 한 창고를 임시 거처로 사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라는 희진 양에게 오는 8일 충북학생효도대상 '효행상'을 주고 격려할 예정이다.

TV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손님이 맛있게 먹고 기뻐하는 모습을 본 뒤 요리사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는 희진 양은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희진 양의 아버지(42)도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딸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y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