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공장 기숙사에 들어가 베트남 출신 산업연수생을 납치한 뒤 가족에게서 거액을 뜯어낸 베트남인 불법체류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대상으로 삼은 베트남 출신 산업연수생이 혼자 기숙사에 남도록 만들기 위해 베트남 여성을 투입해 산업연수생의 동료들를 노래방으로 유인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1일 베트남 출신 산업연수생을 전자충격기 등으로 위협, 납치한 후 가족들에게서 2만달러를 뜯은 혐의(인질강도)로 B(38) 씨 등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 등은 지난달 26일 오후 8시40분께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모 철강회사 기숙사에 들어가 혼자 있던 베트남 출신 산업연수생 Y(27) 씨를 가스총과 전자충격기로 위협해 택시로 납치한 후 창원의 한 모텔에 감금하고 Y 씨의 가족으로부터 2만달러(한화 2천600여만원)를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 등은 모두 한국에 들어온 지 2~7년가량 되는 불법체류 베트남인들로 Y 씨가 평소 술도 먹지 않고 열심히 일해 돈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Y 씨를 납치하기 위해 베트남인 여성 2명과 평소 Y 씨와 안면이 있던 W(34) 씨로 하여금 "술 마시러 노래방에 가자"며 Y 씨와 함께 있던 동료 2명을 불러내 Y 씨가 혼자 기숙사에 남게 만든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Y 씨를 창원의 한 모텔에 감금하고 Y 씨로 하여금 "내가 사람을 죽였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베트남 현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도록 해 2만달러 상당을 송금하게 했다.

B 씨 등은 입금사실을 확인한 뒤인 27일 오전 3시께 경남 진영의 한 공단에서 납치 5시간여만에 Y 씨를 풀어줬다.

경찰은 Y 씨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 계좌추적 등을 통해 29일 울산 울주와 창원 등에 은신해있던 B 씨 등 5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달아난 공범 2명을 뒤쫓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