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I)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유행성 인플루엔자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불확실한 요소가 많은 만큼 백신 사용 등에 있어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 주간 타임이 지적했다.

타임은 29일 인터넷판에서 1976년 미국 뉴저지주 포트 딕스에서 발생했던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실수를 예로 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76년 2월 포트 딕스에서 발생한 돼지 인플루엔자로 19살의 사병 1명이 숨지고, 수백명의 병사들이 감염되자 전국적인 확산을 우려한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은 1억3천500만달러 규모의 백신 프로그램 시행을 명령했다.

하지만 백신접종으로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을 모두 마비시키는 말초성 신경병인 `길랭-바레증후군'으로 30명 이상이 숨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연방정부는 12월16일 백신 프로그램을 취소시켰다.

물론 76년 발생한 돼지 인플루엔자와 최근 유행중인 인플루엔자간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인플루엔자의 확산 방지를 위해 나서야할 방역당국 관리들에게는 `반면교사'의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게 타임의 진단.
76년까지 당시만 해도 지난 1918∼1919년 세계적으로 4천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을 돼지 인플루엔자의 일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조류 독감의 일종으로 수정되고 있다.

이처럼 미생물학이나 바이러스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방역당국은 아직도 많은 불확실성속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브리튼스 대학의 휴 페닝턴 교수는 "최근 발생한 돼지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왜 멕시코에서 감염된 환자는 사망하고, 다른 지역의 환자는 괜찮은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멕시코는 물론 미국에 대한 불요불급한 여행자제를 권고했다가 미국의 반발로 하루만에 번복한 예에서 보듯이 순전히 의학적인 요소에만 근거하는게 아니라 정치적 요인까지 고려해 정책결정을 하게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당장 76년 사태때도 선거를 앞두고 있던 포드 대통령으로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백신 프로그램 시행을 명령했다가 예기치못한 부작용에 직면했다.

미시간 대학의 하워드 메르켈 교수는 보건정책 관리들이 직면하는 가장 힘든 상황이 대규모 백신 프로그램을 언제 시행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을 한 사람이 자칫하면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등 여러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6년에 포드 대통령은 백신 제조업체에 면책을 보장했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 2002년 천연두 백신이 접종자 100만명당 1-2명이 사망할 수 있는 희박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메르켈 교수는 "현재의 상황은 76년 상황과는 달리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보건관리들도 더 우수해졌지만 인간인 이상 76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면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