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의 '탈(脫) 민주노총' 열기가 고조되면서 민주노총이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연평균 5~6곳 안팎이던 탈퇴 노조가 올해는 벌써 10여곳에 달하는 등 내부 이탈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그동안 민간기업 위주로 이뤄지던 민주노총 탈퇴가 공공부문과 대학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와 인천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 탈퇴를 확정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는 민주노총에서 한국노총으로의 상급단체 변경안을 놓고 이틀간 조합원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참가자 83.9%가 탈퇴안을 찬성했다.

지난달 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던 인천지하철노조도 이날 재투표를 통해 탈퇴안을 통과시켰다. 찬성률은 68%였다. 이에 앞서 지난 9일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대의원 대회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가결,결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은 2007년 말 코스콤 노조 탈퇴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벌써 NCC 영진약품 호텔그랜드힐튼 진해택시 단국대 등 10여곳에 이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이 노동문제를 넘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쇠고기 수입 반대 등 대정부 투쟁으로 치달으면서 단위 노조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지난해 연말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상급단체로서 정통성과 권위를 상실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최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강경 투쟁 기조를 유지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자 소속 노조들이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겠다'는 위기감 속에 결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지난 10일 "노조의 연합단체 가입 · 탈퇴는 노조원들의 과반수 출석,과반수 찬성만으로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점도 민주노총 이탈을 촉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전에는 노조가 상급단체에서 탈퇴하려면 조합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찬성으로 결정한다는 노조 규약에 따라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노동부가 과반수 출석,과반수 찬성만으로 가능한 일반결의 사항으로 해석함으로써 최근 노조들의 잇달은 민주노총 탈퇴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에 따라 단위 노조들의 민주노총 이탈 움직임이 앞으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메트로 등 전국 6개 지하철 노조가 민주노총과 별도의 전지노련(전국지하철노조연맹)을 출범키로 한 데 이어 다른 업종 노조들도 순수 노동 운동을 지향하는 업종별 연맹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노총의 최대 핵심 세력인 금속노조는 지역별 지부로의 전환을 놓고 개별 기업 노조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본격 시행되면 민주노총이 받게 되는 타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 노조 입장에서는 노조 전임자들의 임금을 조합원의 회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 중 최대 절반 가까이를 상급단체에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